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초청에 따라 국빈으로서 중국을 방문하였다. 청와대의 평가와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중국의 홀대로 인한 외교적 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중국 측 경호원들이 취재기자들을 집단구타한 사건도 있어서인지 언론에서도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정부로서는 그간 얼어붙었던 한중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북핵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고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다소 무리하면서까지 방중을 추진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이번 방중을 통해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상호 신뢰와 우의를 증진하고 그간 사드 문제로 상처를 받았던 한중관계를 치유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협상개시를 포함해 그간 적지 않게 어려움을 겪었던 양국 간 경제협력의 확대 방안과 더불어 인적 교류를 다시 활성화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도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상회담 후 느끼게 되는 것은 무언가 개운치 않다는 점이다. 물론 국빈으로 초청해 놓고 다소 무성의한 모습을 보인 중국을 우선 비판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해결 가능성이 없다는 공통 인식하에 양국 간 일단 봉합하기로 합의했던 사드 문제를 중국 측에서 계속 거론하는 등 중국이 대국을 지향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도량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우리로서도 경제보복을 풀어달라면서 자세를 낮춘 듯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과연 우리 기업들을 위한 실사구시인지, 아니면 앞으로의 건강한 한중관계나 다른 주요국들과의 외교를 위해 보다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북핵 문제와 관련, 기존에 반복해 왔던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도 현재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으로 볼 때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차라리 1박2일 정도의 실무방문으로 하고 추후 적절한 시점에 국빈방문으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번 회담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정상회담 한두 번한다고 한중 양국이 정치안보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북핵 문제나 이 지역에서 미중 간 전략적 갈등 등 동아시아 정세의 복잡성, 그리고 한중 간의 국력 격차와 배타적 민족주의의 확대 등 적지 않은 난제가 한중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다음 몇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한중 양국이 25년 전 수교 당시 합의했던 양국관계의 기본원칙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주권 존중, 내정 불간섭, 상호 평등, 호혜 공영 등 유엔헌장의 제 원칙과 평화공존 5원칙에 입각하여 선린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며, 이는 앞으로 한중 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양국이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호혜 평등의 정신으로 처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한국인들은 중국이 한국을 존중할 수밖에 없도록 작지만 단단한 한국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자신의 핵심 국가이익이라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국이 힘을 바탕으로 무리한 요구를 해오더라도 우리가 여야 구분 없이 단결하여 의연하게 이를 지키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며, 실질적으로 산업기술이나 콘텐츠 등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계속 필요로 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국 간 정치안보 면에서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의 의미 있는 교류를 지속할 수 있는 정부 지원하의 민간교류 단체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명망 있는 인사들이 이에 적극 참여하고, 한국 내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이 단체를 활용한다는 의지를 보이면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으며, 일본의 사례와 같이 필요시에 양국 간 비공식 소통 채널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이는 아마도 중국 측에서도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동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