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 시간이 없고 여비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고 여비가 충분하다 할지라도 여행가기는 여전히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간이나 방향이 설정되지 않는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마음의 문이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없으면 들어도 들리지 않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중국 속담이 있듯이 꿈을 깨지 않고는 여행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일찍이 원효는 세상 삼라만상은 인간의 마음이 만든 것이라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설파한 적이 있다.

2000년도 노벨의학상 수상 논문은 마음을 생화학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생각이나 꿈은 신경회로에서 일어나는 인산화(燐酸化) 현상이라고 한다. 경험을 떠올려 보건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생각도 잘 나지 않고 꿈도 생기지 않는다. 아침 새벽 동이 트면 빛을 받아 인(燐)이 흥분되면 지난날에 형성되었던 생각의 단백질 파편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꿈속에서는 꿈을 통제하기 어렵다. 꿈에서 깨어나면 흐트러진 단백질 파편들을 정리하고 조합하여 통제 가능한 생각을 일으킬 수가 있고 그 생각들을 유전자에 입력하면 언제든지 재생할 수 있는 기억이라는 마음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프로테옴(proteome)이라 하고 이는 단백질(protein)과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단백체라 한다. 형질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이며 논리로 표현하면 지능이고 시문으로 표현하면 마음(心)이라는 것이다.

수백만 년 동안 조상을 통해서 입력된 프로테옴은 우리 개개인의 세포핵 유전자 속에 무의식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하여 자극이 일어나면 흩어져 염기가 모이면서 아미노산이 되고 이 아미노산이 셋 이상 모여 형질을 나타내는 단백질이 된다.

이렇게 형성된 단백질이 유전자의 프로테옴에 접근하면 동질의 단백질이 대량 복제 전달돼 리보핵산(mRNA)이 되어 감각체로 전달 시간과 방향을 가진 생각 그리고 기억으로 마음이 되고 ‘마음의 문이 열렸다’고 하고 ‘길이 보인다’고 하기도 한다.

아버지라는 낱말은 가장(家長), 추장(酋長), 족장(族長) 등 소규모 조직의 장(長)을 일컫는 말이다. 오래전부터 인간이 조직사회를 형성하면서 상호 간 소통이 가능한 언어가 생기고, 때와 장소가 달라질 때마다 그 언어는 변천하게 되지만 조직의 장을 호명하는 언어는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은 폴리네시언이라고 알고 있지만 한국인처럼 태어날 때 엉덩이 허벅지에 푸른 반점이 있다고 한다. 2004년 9월 서울에서 세계 몽골반점종족지도자 평화회의가 열렸을 때 마오리족은 초청되지 않았다. 마오리족은 아버지를 ‘아리키’라 부른다. 인디언은 ‘아파치’라 부르고 우리 한반도는 아버지 아비 아빠 아범 아바이 등으로 불리고, 훈족은 아틸라, 터키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튀르크족은 아타, 몽골은 아붸, 일본은 오까상, 중국 한족은 빠빠, 영국은 파파, 아르메니아 아리안족은 마마, 문자로 보아 ㅇ ㅏ ㅂ 등은 염기에 해당하고 ‘아’ 또는 ‘버’는 아미노산에 해당 ‘아버지’는 형질을 나타내며 기억하고 소통이 가능한 단백질이자 단백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마오리족은 지형적으로 보아 몽골반점이 있는 남미 인디언이 남극대륙 연안을 따라 이주한다면 하얀 눈이 덮인 산이 있는 아오테오로아에 정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꿈속에서는 시간과 방향이 설정되지 않기 때문에 여행을 떠날 수가 없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 마음의 문을 연다면 수백만 년 조상이 그려 둔 프로테옴이라는 마음의 지도를 타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든지 생각만 떠올리면 떠날 수가 있는 것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