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해 홍준표 대표와 투톱 체제를 구축한 자유한국당이 신보수주의를 표방하고 나섰다. 홍 대표는 어제 “연말까지 박차를 가해 내부 혁신에 집중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를 할 것”이라며 “구체제와 단절하고 새로운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제2기 혁신위원회를 발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등 국민이 소망하는 주요 국정개혁 과제에 등을 돌린 그간의 행적을 미뤄볼 때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공수처가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될 것”이라거나 “정치보복 수단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수처 설치는 국민의 86%가 찬성하는 검찰 개혁의 상징적 과업이다. 앞서 15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제출된 14건의 공수처 설치법안 가운데 한국당이나 그 전신인 새누리당,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 하나도 없다. 2004년에는 한나라당 의원 30명이 공수처 신설 추진계획의 백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선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고서 어떻게 구체제와 단절한다는 말인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대처도 구체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홍 대표는 일본 최고 지도자들과 북핵 대책을 논의하고자 어제 방일하면서 “북한·중국·러시아의 사회주의 핵 동맹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미국·일본 자유주의 핵 동맹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미국을 방문해선 한국에 전술핵을 다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제사회가 확립해놓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거스르고 동북아시아를 핵 대결장을 만드는 냉전논리여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한국당은 지난 5~7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서울지역 정당지지율(9%)이 바른정당(11%)에 뒤진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국민은 말로만 하는 ‘신보수’를 결코 믿지 않는다. 그에 부합하는 정책과 실천으로 보여줘야 믿는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