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와 상주 상무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승부차기에서 부산 네 번째 키커의 슛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순간, 부산의 1부리그 클래식 승격의 꿈도 함께 날아갔다. 2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부산이 클래식에서 챌린지로 떨어진 지 2년. 절치부심했지만 승격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고 한 해 더 챌린지에 머물러야 하는 수모를 맞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 부산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구단주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구단 살림을 두둑하게 챙겨줬고 팀을 떠나려는 간판선수들도 붙잡았다. 성적도 좋았다. 줄곧 리그 상위권에 머물며 승격을 가시권에 뒀다. 하지만 이웃 경남FC에 밀려 자동승격 티켓을 따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이후 승격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딱 1골이 모자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예산이라면 클래식 못지않았다. 구단주는 올해 예산으로 120억~130억 원을 내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챌린지 1위로 자동 승격한 경남의 예산은 고작 40억 원이었다. 부산 선수단 몸값 정도에 지나지 않는 예산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부산은 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썼을까. 선수 구성이 문제였을까.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이번 시즌에는 꼭 승격하겠다며 다른 팀에 가 있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이정협을 도로 데려왔다. 국가대표를 지낸 임상협도 붙잡았다. 박준태 등 이름값 있는 선수도 여럿 영입했다. 선수 면면을 보면 챌린지 최강이라고 자타가 공인했다.

우선 보이는 패착은 외국인 영입의 실패다. 승격을 위해 데려온 루키안은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18경기 2골에 그치며 팀을 떠났다. 루키안의 부진 배경에는 구단 고위층과 코칭스태프의 알력이 있다. 고위층이 데려온 그를 코칭스태프가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제 포지션이 아닌 곳에 기용했다는 거다. 대구에서 데려온 골게터 레오도 몇 경기 치르지 못하고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경남이 말컹이라는 브라질 출신의 선수를 영입해 득점왕으로 키워낸 것과 비교된다. 결국 헛돈을 쓴 셈이다.

부산이 운이 없기도 했다. 올해의 기록을 살펴보자. 경남은 24승 7무 5패로 승점 79점을 쌓았다. 2위 부산은 20승 11무 6패로 승점 68이었다. 지난해 리그 우승팀 안산의 승점이 70이었다. 부산이 못한 게 아니라 경남이 압도적으로 잘했다. 조진호 감독이 시즌 중에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조 감독이 계속 지휘했다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운으로 치부하기엔 구단의 팀워크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밖으로 소문나진 않았지만 이런 일도 있었다. 한때 부산을 맡았던 윤성효 감독이 부산의 미래라고 칭찬했던 어느 선수는 올 시즌 선수들 사이에서 내돌리다가 결국 다른 팀으로 팔려갔다. 또 누구보다 성실하고 자기 관리가 뛰어난 팀의 고참 선수는 별다른 이유 없이 경기에서 배제됐다. 선수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선수들도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지역 축구 관계자는 단장의 부재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 부산은 2015년 초 불미스러운 일로 사장을 교체하면서 단장도 함께 경질했다. 이후 단장자리는 공석으로 남아 있다. 단장은 그냥 구단 간부 중 한 명이 아니다. 선수단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다. 구단 살림은 물론이고 선수 한 명 한 명을 챙기는 ‘엄마’ 같은 존재다.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 이를 들어주는 이가 단장이다. 단장의 부재는 팀워크와도 직결된다. 부산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은 아직도 회사를 떠난 전 단장에게 개인적인 문제를 상의한다. 지금 부산에는 ‘엄마’가 없다.

부산은 다시 일 년을 챌린지에서 보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승격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올해까지 어렵게 붙잡아뒀던 유명선수들이 내년에 부산에서 함께한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 상당수가 외부에서 데려온 선수다. 돈 따라 움직이는 프로선수들이 팀을 떠난다고 욕할 수는 없다. 올해 같은 선수구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허탈감과 무력감이 문제다. 이들을 잘 추슬러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다.

부산은 경남을 눈여겨봐야 한다. 경남은 챌린지에 떨어진 지 3년 만에 다시 클래식으로 돌아갔다. 올 시즌을 시작할 때 경남은 승격 후보로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남을 맡은 김종부 감독은 2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팀을 만들어놓았다. 말컹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길러냈고 끈끈한 팀워크를 앞세워 챌린지를 호령했다. 프로는 돈이라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부산의 예산은 120억 원이었고 경남은 고작 40억 원이었다. 돈이 아닌 그 무엇을 부산은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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