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 학예사들을 위한 ‘선진문학관 탐방’ 프로그램의 대상지는 동경의 문학관들이었다. ‘선진’이라는 말에 약간은 거부감이 일었지만 그런 생각은 첫 번째 문학관을 방문하면서부터 깨끗이 지워졌다. 일본근대문학관, 세타가야문학관, 다바타문사촌, 가나가와 근대문학관, 가마쿠라문학관 모두 도시 이름을 내건 문학관답게 자료 소장이나 규모가 대단했다. 나는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작고, 별장처럼 아기자기하니 예쁜 가마쿠라문학관이 마음에 들었지만 ‘일본근대문학관’과 자매 문학관인 요코하마의 ‘가나가와문학관’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1967년 4월 개관한 ‘일본근대문학관’의 설립 목적은 명치시대 이후 일본 근대문학 관계 자료 일체를 수집 정리하는 데 있었다. 개관 당시 자료수집에 가장 큰 기여자는 유서 깊은 출판사들이었는데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암파서점(岩波書店), 강담사(講談社), 하출서방(河出書房), 광문사(光文社), 삼성당(三省堂), 신호사(新潮社), 평범사(平凡社) 등의 유명한 출판사가 4만여 권의 도서와 잡지를 기증하였을 뿐 아니라 여러 신문사도 자료 수집에 적극 협조하였다고 한다. 과연, 문학관 관계자와 가이드가 안내하는 대로 움직이던 우리는 소장된 자료를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심지어 창간호 발행 후 끊긴 잡지를 비롯해 등록되지 않은 잡지까지 모두 소장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존 정리하고 있는 자료들은 정리 안 된 일부를 제외하고 항상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훼손되기 쉬운 자료나 귀중 도서는 원본을 보관하고 영인본을 자체 제작하여 일반 열람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귀중 도서의 열람을 할 수 없는 우리나라와 너무 다른 시스템에 우리는 다시 놀랐다.

그들은 중요한 작품들의 초판본 원본을 원형대로 재현해 낸 ‘명저 초판 복각판 전집’을 대표적인 작업으로 손꼽았는데 연구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혜택이고 문학관은 판매수익금으로 운영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일본근대문학관은 요미우리 기업을 비롯해 사회 각층의 끊임없는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인 협찬과 출판사들의 도서 기증, 신문사의 적극적인 후원, 문인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사 참여와 관심. 일본근대문학관이 빛나는 이유다.

1982년 개관한 요코하마의 ‘가나가와(神奈川) 근대문학관’은 도쿄 일본근대문학관의 자매관이라고 볼 수 있다.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나쓰메 소세키 등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유명 문인들이 집필 활동을 한 곳으로 예향이라는 점이 문학관을 설립하는 동기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일본근대문학관의 자료 보존 정리가 버거워지자 설립이 추진되었다. 설립 배경이 다르듯 운영 방식 또한 전혀 다르다. 우선 사회 각층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동경의 ‘일본근대문학관’과 달리 요코하마의 ‘가나가와 근대문학관’은 현에서 운영경비를 부담하고 있다. 또한 일본근대문학관이 순수문학 중심의 문학 자료 센터라면 이곳은 대중성을 띤 문학관이라고 볼 수 있다.

요코하마의 가나가와 근대문학관 역시 모든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일반인이나 연구자가 언제라도 살펴볼 수 있게 하고 있었다. “모든 자료를 이렇게 공개하면 정작 문학관을 찾는 관람객 수는 줄어들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자료를 공개할 때와 공개하지 않았을 때의 관람객 수 변화는 없다. 오히려 자료를 인터넷상에서 보고 실물을 확인하고 싶어 찾는 관람객이 더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료수집과 정리의 철저함, 훼손 방지와 체계적인 DB화 작업, 영인본 제작 문제 등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멀어 보였다. 이를 위한 물질적인 지원은 물론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애정, 관심이 없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산에 문학관이 새로 생겨 한국문학관협회 가입 문의가 들어왔는데 아느냐?”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려 할 때 들었던 이야기다. 문학진흥법이 통과되면서 우후죽순 생길 문학관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듯해 씁쓸했다. 문학관은 그렇게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절대, 절대 아니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