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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진위험지도 만들자 /박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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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휘몰아친 경북 포항의 모습은 참담했다. 노부부가 40년간 살던 집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다수의 건물이 쩍쩍 갈라졌고 지붕과 담벼락은 통째로 무너졌다. 제사 음식을 만들던 부엌은 그릇이 깨진 채 나뒹굴었고, 한 고등학교 여자 화장실 좌변기에는 천장재가 떨어져 엉망이 돼 있었다. 이재민들도 집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가재도구를 챙기러 들어가지도 못 했다.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에 이어 두 차례 지진을 경험한 이들의 공포는 극대화됐다. 포항 영일만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땅이 흔들리기만 하면 바로 뛰쳐나가기 위해 문 옆에 두꺼운 외투를 준비해 둔 채 음식을 날랐다. 포항에서 100㎞ 이상 떨어진 부산에서조차 지하철 이동으로 인한 진동에도 놀라는 일이 잦아지면서 지진 통보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생존 배낭을 준비하느라 법석을 떨고 있다.

지진에 대한 공포는 예측 불가능성에서 온다. 과학은 태풍·호우·폭설 등 자연 현상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했지만 지진만은 예외로 남겼다. 지진이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 크기로 발생할 지 예상할 수 있는 지질학자는 세상에 없다. 인접국인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할 때는 남의 일처럼 여겼으나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지진 안전지대’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두려움은 증폭됐다.

지진 자체는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지진 피해를 키우는 액상화나 부실시공 등은 대처할 수 있다. 액상화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단단한 암반층까지 지지대를 고정하면 되고, 부실시공은 철근을 덜 넣었는지, 불량 골재를 사용했는지 철저하게 검사하면 된다. 학교나 병원 등 공공 시설물은 정부가 나서서 내진 설계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선행 조건은 지질·지반 정보 축적이다. 지질 정보를 알아야 액상화·산사태·해일 위험 지역을 알 수 있다. 시민은 지진이 나면 어디가 안전한 지역인지 알 수 있어야 하고, 어느 지역에 지지대를 어느 정도 깊이까지 박아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이미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충분한 지질·지반 조사를 바탕으로 지진 위험 지도를 만들어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늦었지만 행정 당국이 서둘러 지질·지반 조사에 나서 그 결과를 시민과 학계에 가감 없이 공개해야 한다. 지난주 열린 포항 지진 긴급 포럼에서 연세대 홍태경(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경주·포항에 이어 동남권에 ‘제3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행정 당국은 ‘지진은 신의 영역이지만, 그 피해를 줄이는 것은 사람의 의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피해를 줄일 방법을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이는 직무유기다.

사회1부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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