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분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증서는 주민등록증이지만 역사는 길지 않다. 1968년 11월 21일 최초로 발급됐으니, 이제 막 50년째다. 주민등록법 공포는 1962년 5월이지만, 실제 발급은 1968년 1월 21일 발생한 김신조 등 북한 무장공비 31명의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다. 정부는 주민 동태 파악과 간첩 색출 용이성을 위해 법을 개정했고, 그해 11월 박정희 대통령이 1호 수령자가 됐다. 조선 태종 때 도입된 ‘호패(號牌)’가 효시라고 일컬어진다.

주민등록증과 별도로 수년 전까지 출생, 혼인, 친자, 입양, 사망과 실종 여부 등 가족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로 쓰인 것이 호적부에 바탕을 둔 호적등본이다. 근거는 호적법(戶籍法)이다. 1912년의 제령(制令)인 ‘조선민사령’ 중 호적에 관한 규정이 수차례 개정되다가 1960년 1월 정식 법으로 제정됐지만 2008년 폐지됐다. 2005년 3월 남성 호주 위주의 호주제 폐지 결정에 따른 결과였다.

호적법 폐지에 따라 호적부를 대체하게 된 것이 가족관계등록부다. 2008년 1월 제정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근거이다.

그런데 최근 부산지역 16개 구·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진구의 1808년생(209세) 남성이 부산 최고령 생존자로 등록돼 있다는 것이다. 또 부산 전역에서 110세 이상만 6000명이 넘는다. 1808년 출생이면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 황제와 동갑이다. 이런 ‘촌극’의 원인은 사망 신고 제도의 허점에 있다.

법상 특정인의 사망 신고는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한 달 안에 진단서를 첨부해 이뤄져야 한다. 또 기본적으로는 사망자와 함께 사는 친족만이 사망 신고를 할 수 있다. 결국 혼자 살던 사람이 사망한 경우 등에 제대로 신고가 되지 않을 경우, 실제로는 숨졌지만 기록상 ‘살아있는’ 사람으로 남는다. 이른바 ‘유령’이다.

대법원은 혼란을 막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부에 생존자로 등록된 만 110세 이상 가운데 살아 있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을 추린 ‘비실재 가족부’를 따로 두고 있다. ‘유령 등록부’인 셈이다. 별도 관리에 따라 이들이 인구통계 등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해 초 종영된 인기드라마 ‘도깨비’에서나 봤던 나이 수백 살짜리 ‘유령’이 서류 더미 속에서 언제까지나 떠돌아 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