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어제 임명됐다. 박성진 전 후보가 부적격 논란으로 낙마한 지 67일 만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195일 만에 완전체를 이뤘다. 역대 정부의 초기 내각 중 가장 늦은 기록이다. 게다가 새 정부의 핵심 신설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로서는 출범한 지 118일 만에 수장을 맞이하며 본궤도에 오르게 됐으니, 그 이유 여하를 떠나 다행스러울 터다.

그렇다 해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홍 장관을 부적격 인사로 판단해 사퇴를 요구해 온 자유한국당 등 야당 측이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특히 한국당은 “야당을 무시한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이다. 이제 더 이상의 협치는 없다”고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예산 등과도 연계시킬 가능성을 내비쳤다.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니, 향후 정국에 상당한 진통과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중기벤처 분야 정책에 인사 불똥이 계속 튀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 최소화, 대기업-중기 불공정거래 환경 개선, 벤처창업 활성화, 혁신생태계 조성 등 각종 현안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데다 장기간 장관 공석으로 관련 정책 개발과 추진 등이 지연됐으니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는 건 당연하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비록 홍 장관 임명이 이뤄졌지만, 청와대는 인사검증 시스템을 쇄신해 나가는 게 마땅하다. 그동안 비판을 받아온 ‘인사참사’가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 들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고위 공직자만도 벌써 다섯 명째다. 이 또한 역대 최다 기록이란 불명예를 남겼다. 그 점에서 청와대는 고위직 인재를 널리 구하지 않고 속칭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의 틀에 매몰돼 온 건 아닌지 냉철히 자성해 볼 일이다. 문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민통합 정부도 결국 대탕평 인사에 있다는 점을 되새겨 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