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의 경주 지진에 이어 수능 전날이었던 지난 15일 이번엔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그 여파로 포항시 북구 지역에는 상당한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이튿날 예정됐던 수능이 일주일 뒤로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필자 또한 두 차례나 사무실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으며 지진임을 직감했고 곧바로 날아온 긴급재난문자를 받아들곤 불안에 떨었다.
이번 지진은 필자에게도 실로 남의 일이 아니었다. 외가 친지들이 포항에 살고, 진앙 부근인 포항시 북구에는 형님네 가족이 살고 있으며, 대입시험을 앞둔 수험생을 두었기 때문이다. 지진 소식에 황급히 전화를 드려 형님 가족과 친지들의 안부를 물었고, 수능 연기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워하는 아들을 아내와 함께 진정시켜야 했다.
집에서 지진방송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내가 지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구나”라는 점이다. 그동안 간간이 방송을 통해 들었던 대피요령 정도가 전부였다. 대다수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진방송에 출연한 전문가의 설명에 의하면 진도가 0.2씩 높아지면 우리가 느끼는 충격은 2의 제곱만큼 커진다고 한다. 즉 이번 포항 지진 5.4보다 0.6이 큰 6.0의 지진이 날 경우 그 충격은 8배나 된다는 것이다. 작년 경주 지진과 비슷한 6.0의 지진이 이번 포항 지진처럼 지표면 가까이에서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가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또한 “본진이 아닐 수 있다, 추가로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걱정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포항의 피해지역 주민들은 여진이 잇따르자 붕괴 위험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학교와 체육관 등지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하니 가슴 아픈 일이다.
국제신문은 이번 지진 소식을 전하면서 신속하게 부산의 실태를 점검하여 지난 17일 자에 “한국판 ‘불의 고리’ 부산도 불안하다”는 톱기사와 함께 ‘내진 설계 25%뿐… 주택 밀집한 원도심 무방비’라는 관련 기사를 실어 다시 한번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양산단층에 속한 부산과 울산 등 대도시에서도 향후 수십 년 내에 규모 5.0 이상의 중·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부산 건축물은 내진율이 25%에 불과한데 특히 원도심에 속한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 지진에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승정원일기에는 1643년 인조 시절 울산단층이 있는 울산 지역에 규모 7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의 설명을 인용한 부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었다.
특히 18일 자 1면에 ‘포항지진은 국내 첫 액상화 지진’이라는 단독 보도를 통해 이번 지진이 규모에 비해 피해가 컸던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이후 다른 언론에서도 20일에 관련 기사를 쏟아내 이를 뒷받침했다. 부산은 낙동강이 있고 매립지가 많아 이번 포항 지진처럼 액상화 지진에 취약하다고 하니, 이제부터라도 전문가와 당국이 앞장서 지질 실태조사를 하고 지진에 취약한 시설의 보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진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필자의 아내도 우리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지 인터넷에서 확인을 해보았다 하니 지진은 우리 생활 속의 불안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지진으로 인해 우리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 지진을 대비한 생존배낭의 구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학교나 관공서 및 직장에서는 지진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내년에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늦어져 세계적으로 진도 7.0 이상의 강진이 20차례 이상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우리 정부에서도 지질학 분야에 충분한 예산을 지원하여 지진 연구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산은 더욱 그러하다. 강 바다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었지만 그동안 개발에만 치우쳐 도시 구조가 지진이나 쓰나미에 취약한 데다 지척에 여러 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어 있거나 건설 중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다시 무너졌습니다”로 시작되는 뉴스가 다시금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