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견병(rabies)은 광견병 바이러스(rabies virus)에 감염된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전형적인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이는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 ‘rabhas(광폭한 행동)’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광견병에 관한 최초 문헌은 기원전 23세기경 바빌론의 Eshuma 법전으로 개에게 물려 사람이 사망하자 개 주인에게 부과하는 벌금액수를 명시했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숙주 범위가 매우 넓지만 숙주 동물의 감수성에는 차이가 있다. 감수성이 매우 높은 동물로는 늑대 여우 코요태 들쥐 등이 있으며, 그 다음으로는 너구리 스컹크 박쥐 집고양이 소 햄스터 기니피그 등이 있다. 중간 정도의 감수성을 가진 동물로는 개 양 염소 말 영장류 등이 있다.

사람에게 광견병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주된 매개동물은 국가나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개발도상국은 백신접종이 되지 않은 떠돌이 개에 의한 전파가 주된 반면(도시형), 선진국에서는 여우 너구리 스컹크 박쥐 등과 같은 야생동물이 주요 원인이다(산림형).

1993년 이후 국내에서 광견병에 걸린 가축 대부분은 개와 소였으나 고양이에서도 의심사례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광견병은 야생 너구리가 주된 전파원이며, 산림형의 발생 양상을 보이고 있다. 너구리가 먹이 부족으로 민가에 접근하는 추운 겨울철에 많이 발생했다.

개의 바이러스 잠복기는 일주일에서 몇 년으로 다양하지만 평균적으로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1~2개월이다. 사람의 경우 잠복기는 2~16주지만 2~3주가 많으며 어린이는 짧다. 안면, 머리 등의 상처를 입은 환자는 팔다리 상처의 경우보다 잠복기가 짧은 경향이 있다.

잠복기 이후 2~10일은 발열과 피로, 권태감, 두통, 식욕부진, 물린 부위의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난다. 그런 다음 3~7일은 환자의 80~85%에서 격노 증상이 나타나고, 그중 20~50%는 광견병의 특징적 증상인 물공포증을 볼 수 있다.

이때 물을 마시려면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목 근육의 경련 증상이 나타난다. 물을 보기만 해도 두려워하기 때문에 경련의 고통을 피하려고 침을 많이 흘리게 된다. 그래서 광견병을 공수병(恐水病)이라고도 부른다. 다른 증상으로 과잉행동, 경련성 발작, 지남력 장애, 환각 등이 나타나며 최후에는 호흡 중추가 손상되어 거의 100% 사망한다.

광견병은 대부분 감염동물에 의해 물린 상처로 일어나지만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 흡입, 감염 조직 이식, 점막 접종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광견병에 걸린 동물은 신경계가 손상되어 공격적으로 변하므로 다른 질병에 의해 바이러스 전파가 쉽게 일어난다. 사람에게서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 노출된 후 발병하는 정도는 물린 부위와 상처의 손상 정도, 동물의 종,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다르다.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 물리는 경우 타액을 통해 감염된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물린 부위의 근육에서 증식하는데, 이때는 증상이 아주 경미하거나 없다. 수주에서 수개월 후 바이러스는 말초신경을 감염시키고, 뇌까지 침범한다. 뇌에 감염되면 전형적인 증상과 함께 혼수,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바이러스는 눈, 피부와 타액선, 기타 장기로 퍼져나가 전파된다.

광견병을 예방하기 위해 야생동물과의 접촉기회를 차단하고 방황하는 동물을 없애거나 백신접종을 하여 전파원이 되는 동물을 관리한다.

광견병에 노출된 후에는 상처 소독과 같은 일반적인 치료와 백신, 면역글로불린의 투여가 필요하다. 상처를 입힌 동물을 진단하기 위해 의심이 되는 동물은 격리하여 2주 동안 관찰한다. 상처에 대한 소독은 광견병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조치이다. 상처는 즉시 비누를 이용하여 흐르는 물로 세척한 후 항바이러스 물질, 에테르, 40~70% 알코올, 포비돈 용액 등으로 소독하여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킨다.

광견병은 임상 증상이 나타나면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며, 광견병에 걸린 동물과의 접촉이 의심스러울 때는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