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인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지 1년2개월 만이다. 놀란 포항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거나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지진은 포항 일대는 물론 전남 영광, 경기도 용인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감지될 정도로 충격이 컸다. 대형 지진의 전조 현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와 더욱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과 피해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이처럼 지진은 불쑥불쑥 우리를 찾아와 위협하고 있는데도 대비는 더디기 짝이 없다. 정부는 지난 2월 내진설계 의무대상 건물을 3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에서 2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으로 늘린 데 이어 올 연말까지 모든 주택과 연면적 20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2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물 중 현재 내진설계가 이뤄진 것은 19%에 불과하다. 학교(25.3%)와 공공시설(40.9%), 내진설계를 도입한 1988년 이전에 지은 건물은 특히 취약하다.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해 내진설계를 유도하는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도 앞당겨야 한다. 정부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현재 25초 이내에 경보를 발령하고 있는 것을 2020년까지 10초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같이 강진의 내습 가능성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선 1초가 아쉽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내진 강화 또한 마찬가지다. 내년 6월까지 모든 원전의 내진 성능을 규모 7.0의 지진으로 높일 방침이나 고리나 월성, 영광 등 원전 주변 지역민들의 심정은 하루가 3년처럼 느껴진다.

이번 지진 역시 경주 지진을 낳은 양산단층(경북 영덕~부산)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 조선시대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강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전국 활성단층 분포지도를 만드는 것도 결코 빼놓아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