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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혁신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

文정부 소득주도 성장은 촛불 명령 따른 경제의 새 패러다임

시장 만능주의 벗어나 보편적 복지·공정 경쟁의 밑거름 기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09 19:24:3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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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을 편협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수요 측면의 성장론으로 한정하려는 경향이 그것이다. 이들은 소득주도 성장을 정부 개입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증가하고 이것이 투자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는 케인스주의의 총수요 증대 정책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한다. 공급 측면의 혁신 성장을 강조하던 신자유주의자들은 “소득은 성장의 결과이지 성장의 동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한다.
이는 편협하고 왜곡된 이해에 기반을 둔 잘못된 비판이다. 총수요 증대 정책을 의미하는 수요 측면의 성장론은 소득주도 성장의 일부만을 설명할 뿐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본령은 소비수요의 단순한 증대를 넘어선 것으로 보편적·적극적 복지 체제와 공정한 경제 체제의 확립이다. 그리고 이는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확충으로 이어진다.

지난 2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양극화와 불평등의 심화는 거대한 민생 불안과 국민 불행을 초래했다. 결국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외침이 지난겨울의 촛불혁명으로 이어졌고, 그 힘으로 문재인정부가 탄생했다.

지금 촛불혁명을 일구어낸 이 땅의 주인들은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킨 기존의 시장만능주의가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포용적 복지국가 시대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시도하라는 게 국민의 뜻인 바, 그게 바로 소득주도 성장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를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거대한 정책 실험이라고 비판하면서 기존의 신자유주의 방식을 따르라고 요구한다. 그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안전하다는 것인가?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3배나 증가했고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했다. 기존 방식으로 복지확충과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면 누가 익숙하고 안전한 길을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수출 대기업 중심의 양극화 성장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촛불시민들이 소득주도 성장을 지지하는 이유다.

먼저,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내용인 복지 체제의 확립부터 살펴보자. 보편적 복지는 국민 모두에게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으로 생애주기별로 양질의 보편적 안전망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가적 도전정신을 높여준다. 적극적 복지는 개개인의 창의성과 잠재능력을 극대화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로 인적 자본을 확충하고 노동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또 보편적 복지와 적극적 복지는 협력과 신뢰에 기반을 둔 사람 중심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투자하는 보편적·적극적 복지 체제는 복지의 확충임과 동시에 ‘혁신 성장’의 중요한 기제가 된다.

다음으로, 소득주도 성장의 또 다른 핵심 내용인 공정한 경제 체제의 확립을 살펴보자. 이것은 경제민주화와 노동 체제의 재편을 포함하는 개념인데, 세 가지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첫째는 재벌 대기업에 대한 투명성의 제고와 공공적 통제의 강화이고, 둘째는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관계 구축과 상생 협력의 실천이고, 셋째는 노사관계의 민주화와 노동권의 강화를 통한 노동 친화적 성장이다.

요즘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재벌 개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 노동자간의 격차 해소,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 등이 모두 공정한 경제 체제의 확립에 기여하는 정책 수단들이다.

보편적·적극적 복지 체제와 공정한 경제 체제의 확립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혁신 성장’의 동력을 창출한다. 여기서 혁신 성장은 창의성·다양성·유연성과 혁신적 중소기업을 강조하는 개념인데, 기존의 양극화 체제를 이끌어온 대기업 주도의 독과점적 시장질서와 지대추구 행태를 옹호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혁신 성장을 강조한 데 대해 경제 운용의 핸들을 꺾었다고 평가하면서 개념도 모호한 소득주도 성장보다는 혁신 성장에 주력하라고 요구한다.

이들은 소득주도 성장이 혁신 성장과 마찰을 일으킬 것이라며 기존의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 성장만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고착화와 양극화의 심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바, 지금이 거대한 전환을 이루어낼 골든타임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기반으로 혁신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혁신의 내용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인데, 효율적으로 모방하는 방식이 아니라 앞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선도적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선도적 혁신 성장은 실패의 확률이 높지만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수많은 도전자를 요구한다. 보편적·적극적 복지 체제와 공정한 경제 체제가 중요한 이유다.

학력이나 자금력이 아니라 비전과 아이디어에 몸을 던지는 진취적인 청년이 많아져야 한다. 장차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가운데 자금과 설비가 없는 보통 사람들이 혁신 창업을 통해 혁신 성장의 주역이 된다. 이런 상향식의 ‘혁신 성장’이 가능해지려면 창의성·다양성·유연성이 확보돼야 하고, 기업가적 도전정신을 키우고 실패가 성공의 자산이 되도록 하는 보편적·적극적 사회안전망이 요구된다.

혁신 성장은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내용인 보편적·적극적 복지 체제와 공정한 경제 체제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혁신 성장의 성과는 소득주도 성장에 투입된다.

신자유주의 방식의 가짜가 아니라 진짜 ‘혁신 성장’을 이루려면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패러다임 대전환의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촛불혁명이 가리키는 ‘포용적 복지국가’가 그것인데, 이를 위해 누진적 증세와 필요한 공적 규제를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제주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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