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금융공기업들이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를 서두르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노사 및 전문가협의기구’를 만들어 운영에 들어갔고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도 실무담당 조직을 꾸렸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안으로 정규직 전환방식을 확정하기로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연차별 전환은 현 정부의 대표 공약이지만 기업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선행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역 내 금융공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현재 부산의 금융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이나 파견·용역직은 업체별로 적게는 20여 명에서 많게는 50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다 공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는 한국거래소도 내년 중 파견·용역직 250여 명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 중이라니 전체 대상자 숫자는 1000명을 훌쩍 넘어선다. 규모도 결코 적지 않거니와 금융공기업의 이런 선례가 앞으로 민간기업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지역사회나 노동계가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려되는 것은 자회사 난립이다. 공기업으로서는 파견·용역직을 직접 고용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데다 본사 정원도 제한되어 있어 전원 수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근무 및 임금규정을 따로 책정할 수 있는 자회사 선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 설립 방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정부의 지침은 노사합의만 된다면 자회사 숫자나 정원 등에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노동계 등에서는 자회사를 통한 채용이 간접고용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전에 만들어진 일부 공기업 자회사 사례에서 보듯 근로자들은 신분만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뿐 급여나 복지 등에서는 본사와 큰 차별을 겪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지적을 수용해 공기업의 자회사 설립과 관련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또 부산의 금융공기업들도 편법보다는 정공법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