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공기 물 음식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사람의 나이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공기 없이는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 동안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이 중 물은 우리 몸의 70%, 혈액의 94%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몸속의 수분이 1~2%만 떨어져도 갈증을 느끼게 되고 10%가 떨어지면 탈수증을, 30%가 손실되면 생명을 잃게 된다. 이렇듯 사람의 생존에 있어 물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자 생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및 수질 악화 현상이 날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물이용 및 관리에 있어 기본원칙인 지속가능성, 효율성, 형평성 및 경제성 등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 관리 일원화’는 지난 20년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되어 있는 수량과 수질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하여 일관된 체계 내에서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물 관리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기지 못하면서 현재 표류 중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물 관리 행정체계는 국토교통부(수자원개발, 하천관리, 다목적 댐, 광역상수도 관리), 환경부(수계 수질·수생태계, 지방상수도, 하수도, 대체수자원 관리), 농림부(농업용 댐 및 저수지 관리), 행정안전부(소하천 관리, 자연재해 대책) 등 전형적인 다부처 관리체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물 관리 측면에서 볼 때 그동안 환경부는 수질 및 수생태계 관리를 강조해 왔고, 국토교통부는 수자원 관리를 강조하는 등 부처 간 물 관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다.
이렇듯 국내 물 관리 행정체계는 다수의 부처가 관여하고 있는 반면 관련 부처 간 갈등이 쉽게 발생하고 관련 정책 및 계획 간 협조, 조정 및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업무 중복 및 과잉 투자, 수량과 수질의 통합관리 미흡, 유역 차원의 물관리 분리·운영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거버넌스 미정착 등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미 OECD 35개 회원국 중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3개국에서 환경부서가 물 관리 업무를 통합 담당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물 관리의 패러다임이 되었으며, 선진국들은 물 공급과 수질·수생태계의 균형을 통해 지속가능한 통합 물관리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흐름에 비추어 볼 때 국토교통부보다 환경부로 물 관리를 일원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의 경우 상수원의 원수를 대부분 낙동강에 의존(약 94%)해 취수하고 있는 취약한 환경에 처해 있으며 취수원 다변화를 위해 시가 해수담수화시설을 설치했으나 취수장이 원전 인근에 있어 방사성 물질에 의한 위해성을 이유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수돗물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경남발전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08~2012년)간 낙동강 하류부의 저수기(약 3개월)에 하수처리수가 전체 유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보고되고 있어 지속가능한 물 공급 및 수질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수량과 수질은 불가분의 관계다. 수량이 보장되지 않는 물은 적정 수질의 유지가 불가능하고, 적정 수질을 유지하지 못하는 수자원은 아무리 그 양이 많아도 가치가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개발 밀도가 높고 하상계수가 크고 하천수의 함수 함유율이 높은 경우 수량과 수질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하천이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
이처럼 현재의 분산된 물 관리 행정체계로는 수계에서 녹조 등 다양한 수질·수생태계 문제 발생 시 이를 고려한 수자원의 운용 없이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앞으로 물을 지배하는 국가가 미래의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석유 및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는 바이오연료,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대체할 수 있으나, 물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으니 더욱 심각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물 관리 일원화는 더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이므로,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하루빨리 끝내고 환경부로 통합하여 진척되기를 기대해 본다.
동의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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