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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블라인드 채용, 사진 없앤다? /주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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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10-22 19:00:4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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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실시하고 있다. 채용 시 학력 출신 등을 물을 수 없는, 모든 응시자가 똑같은 출발 선상에서 경쟁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채용방법이다. 물론 사진도 들어가지 않는다. 인물이나 인상으로 인한 편견도 없애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먼저 실험해본 뒤 민간 기업으로도 확대한다고 하는데 인상학자로서는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인상학은 눈에 보이는 얼굴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인상을 읽는다는 것은 흑백이나 상하로 구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평하게 이해하는 과정이다.

얼굴에는 그가 살아온 과정이나 성격, 기질이 녹아 있다. 인상 없이 인성을 알려면 오랜 시간 겪어봐야 하지만 인상을 보면 쉽게 인성을 알아차릴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이 직무능력이라고 한다. 직무능력은 인상과도 깊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예를 들어 창구에서 손님을 접객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둥근 얼굴형인 사람이 좋고, 연구직이라면 길고 갸름한 얼굴형이 더 적합하다. 문과적 기질이 필요한 업무에는 피부가 흰 사람이 좋고, 기술직은 피부가 검은 사람이 더 어울린다. 본인의 기질과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면 오래 지속하기 힘들고, 일을 해도 행복하지 않다. 당연히 직무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긍정적 성향이 강한지 부정적 성향이 강한지는 인상에 그대로 드러난다. 얼굴색은 긍정과 부정의 에너지는 물론 건강상태까지 알아볼 수 있는 척도이다. 사진을 통해 얼굴 찰색까지 읽을 수는 없다고 하나 어느 정도 그 사람이 지닌 기질이 드러난다.

얼굴을 읽을 때 잘못된 편견이 작용한다면 이는 인상학을 오용하는 것이다. 잘생겼다 못생겼다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거나, 선입견이나 사적인 느낌으로 판단한다면 인상학의 기본 철학에 어긋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입꼬리 양 끝이 처진 인상인 경우 우리 정서에서는 ‘울상’이라 치부한다. 말년이 좋지 않다고도 하는데 이는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 말년을 기대하는 동양적 사고에서 나온 해석이다. 입꼬리에 해당하는 64~65세가 되면 일을 그만하고 편히 살아야 하는 시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살아온 삶의 이력으로 본다. 긴 시간 긴장하고 사느라 웃을 여유가 없어 입꼬리가 처진 것이다. 나이 들어 입꼬리 처진 것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동양에서는 인중과 입술 경계에 주름이 자글자글하면 ‘밥 먹고 살기 힘들게’ 돈 걱정하게 될 사람으로 친다. 하지만 그 주름은 열심히 사느라 뜨거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살아온 삶의 흔적이다. 코의 들숨과 날숨으로 입술주위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주름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힘든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눈썹과 눈썹 사이 인당에 주름이 있으면 매우 까다로운 사람으로 본다. 완벽함을 추구하고 내면을 깊이 성찰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완벽해지려다 보니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한 우물을 깊이 파야 하는 연구직이라면 인당 주름이 오히려 플러스로 작용한다.

눈에 흰자위가 많아 검은 동자가 섬처럼 떠 있는 경우 동양에서는 눈 아래 보이는 것이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형이라 여긴다. 서양에서는 사람들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라 해석한다. 주변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사람들과 잘 사귀지 못하는 유형이다.

이처럼 인상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같은 얘기다. 다만 바라보는 방향이 다를 뿐이다. 선입견이나 잘못된 지식으로 울상이다 밉상이다 치부해버릴 게 아니라 그 이면 장점까지 읽어내는 것이 인상학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며 사람을 공평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인상 속에는 이렇듯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채용 서류 속 사진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서류에서 사진을 없앤다 하더라도 결국 면접에서 인상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사진을 없애는 것은 ‘블라인드’의 명분을 살리는 형식에 그치고 말지 모른다.

채용 목적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상대를 이해하거나 나를 이해시켜야 하는 경우를 만난다. 그럴 때 인상은 천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정보원이 된다. 우리 삶에서 얼굴 경영이 중요한 이유다.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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