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게 편두통에 시달리는 필자는 편두통 유발인자에 대해 나름 예민한 편이다. 그중 하나가 담배 연기이다. 병원은 그나마 금연구역이지만 가끔 환자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조차도 힘들 때가 있다.
담배 냄새하면 생각나는 환자가 2명 있다. 한 명은 방광암으로 수술까지 받았음에도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50세 중반 남자이다. 방광암은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 위험도가 3~4배 높고 가장 주된 원인은 흡연이며, 각종 화학 약품에 직업적으로 노출되거나, 커피 진통제 인공감미료 감염 결석 방사선 항암제 등도 발병 요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흡연한 담배의 개수나 흡연 기간 모두 방광암의 위험성과 비례관계가 있고, 흡연을 시작한 연령이 어릴수록 위험성이 증가한다. 이 정도의 지식이면 겁을 먹을 만도 한데 몇 년째 재발이 없어서인지 금연에 대한 의지가 없다.
또 한 명은 척수손상으로 배뇨에 문제가 생겨서 몇 년째 진료를 보고 있는 분으로 이 분 역시 진료 전 흡연을 하고 와서 진료실을 환기까지 하게 만들었던 분이다. 이후 몇 차례 권고 끝에 조심하고 진료를 보러 오지만 그 진하게 배어 있는 냄새를 본인은 모르는 듯하다.
흡연이 백해무익하다는 것은 귀가 아프게 들었을 것이다. 금연구역은 날로 늘어가고 담뱃갑 금연광고도 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본인 좋다고, 본인이 즐겁다고 피운 담배로 인해 내 가족과 또 3자가 피해를 보는 간접흡연의 폐해가 실로 크다.
A라는 사람이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치자. 본인이 내뿜는 연기를 주류연이라 하는데 이는 전체의 20%이다. 반면 담배 자체가 타면서 내뿜는 연기인 부류연은 80%를 차지한다. 담배를 피우면 80%의 연기는 공기 중으로 퍼진다.
이 부류연에 있는 몇 종류의 발암물질은 오히려 주류연보다 훨씬 더 높은 농도로 존재하고 심지어 연기 입자가 작아 폐에 더 깊은 곳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부류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은 탄산가스, 메탄, 벤조피렌, 타르,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등이다.
A 씨의 부인은 남편이 비흡연자인 여성보다 폐암 발병률이 1.9배 높다. 시간에 비례해서 30년 이상 흡연했을 때는 폐암 발병률이 3배 이상 높다. 또한 중풍에 걸릴 위험 80% 증가,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 20~50% 증가한다. A 씨의 아이는 만 3세까지 ‘폐렴과 기관지염’에 걸릴 위험이 57%, 중이염에 걸릴 위험 38%, 천식 악화위험도가 20%가 증가한다.
용감한 A 씨는 집안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랬더니 발암물질인 NNAL이라는 물질이 부인과 아이에게서 각각 2.47 pg/㎖, 2.770 pg/㎖ 검출되었다. 이번에 베란다로 쫓겨나서 흡연했더니 NNAL이 부인과 아이에게서 각각 0.521 pg/㎖, 0.590 pg/㎖ 검출되었다. 아파트 내 흡연으로 경고를 받은 A 씨는 이번엔 아파트 정원 구석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제는 괜찮겠지 했는데 NNAL이 부인과 아이에게서 각각 0.778 pg/㎖, 0.751 pg/㎖ 검출되었다. 이는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실제 시행한 실험이다.
담배 연기가 없더라도 흡연자의 머리카락, 옷에 묻었던 담배 연기는 가족에게 전달된다. 담배 연기가 없다고 밖에서 피우고 들어왔다 해서 내 가족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3차 흡연이란 흡연자의 몸이나 옷 벽 가구 등에 흡착된 담배의 독성물질에 장기간에 걸쳐 노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흡연자 가족이 3차 흡연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독성 물질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건국에 따르면 니코틴이 공기와 결합하면 3주가 지나도 40%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어린아이는 3차 흡연에 더 취약하다.
최근에는 금연치료 프로그램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도 우수하다. 금연 치료제 등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도 금연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흡연하는 아버지와 함께 5세가 될 때까지 자란 자녀는 5년 동안 102갑의 담배를 피운 것과 같다고 한다. ‘담배 한 대 정도야, 내 마음이지. 아파도 내가 아프고 죽어도 내가 죽고, 내 자유야’. 자신의 이기심에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는 것이 결국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발암물질을 전파하는 행위라는 것을 안다면 과연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것인가.
부산의료원 비뇨기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