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지역을 우리는 통틀어 ‘부울경’이라고 줄여 부른다. 이곳은 조선, 해운,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지금 부울경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 힘겹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조선산업이 지난 10년간 장기불황과 수주절벽을 겪으면서 대형 조선소들의 가동률은 50% 이하로 떨어졌으며 이는 대형 조선소에 물량 의존도가 90%를 넘는 기자재산업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 조선기자재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의 50%가 폐업을 하거나 휴업 중이고 2018년은 더 많은 업체가 휴업하거나 업종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해운산업은 컨테이너 선복량은 47만 TEU로 반 토막 났으며 연간 10조 원 이상의 운임수입이 감소하는 뼈아픈 경험을 해야만 했다. 관련 중소기업들 역시 생존의 위협 속으로 내몰렸다.
자동차산업도 어렵다. 중국 정부의 한국기업 압박이 국내 자동차의 중국시장에서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공장의 낮은 생산성과 세계 최고의 임금 수준, 강력한 노조의 파워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낮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부울경의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들 또한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의 위기 속에 정책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산정 등 넘어야 할 파도가 계속 밀려오고 있다. 특히 2018년 최저임금은 역대 최고인 16.4%(1060원)가 인상된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되었고, 최저임금은 시장임금 인상률을 훨씬 뛰어넘는 7% 이상의 고율 인상을 거듭하고 있다. 부울경 중소기업들의 임금부담이 가중될 것이며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목표 아래 급격한 인상속도를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기업이 내년에 추가로 부담할 인건비만 15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세 중소상공인들은 줄도산하거나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또 주당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정부 방안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근로시간의 급격한 단축으로 인력 부족, 생산성 저하 등 부작용 발생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선, 해운, 자동차산업의 위기로 자금난과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부울경 중소기업에게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은 여느 지역보다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법원의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 대해서도 지역의 중소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경영상 부담이 큰 가운데 정기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부담이 이중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올해 우리나라는 4년 연속 26위에 머물렀다. 선진국 중에서 드물게 지난 10년간 순위가 하락하고, 부문 간 불균형이 두드러진 국가라는 평가다. 여기서 국가 경쟁력을 깎아 먹는 요인으로 비효율적인 노동시장과 낙후된 금융시장, 정부의 규제 부담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노동개혁보다 최저시급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등의 친노동적인 정책이 추진돼 국가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을 추가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쏟아진다.
필자는 얼마 전 산업자원부에서 주관하는 기계업종의 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협의체 구성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중소·중견 기업 대표들은 한결같이 현재 종사하고 있는 산업 분야의 어려움 속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강화되는 근로기준법으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투자를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를 성장시켜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에 기여할 생각보다 생사기로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중소·중견기업의 사정이다.
부울경 중소·중견기업은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아 생존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각 산업 분야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요구된다. 최저임금 인상 시기를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도록 시간적 조절과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기업별 종업원 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는 운용의 묘가 절실하다. 근로기준법의 강화 또한 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강약 조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경제의 경쟁력은 그 나라 중소기업의 경쟁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선보공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