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질이 열악해서는 살기 좋은 도시일 수 없다. 맑은 공기를 마시는 건 고사하고, 집 밖으로 다니는 게 두려워서는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과 미세먼지로 대기환경이 오염되어서는 시민 건강을 해치고 삶의 질도 떨어뜨리게 된다. 그 점에서 부산의 대기질이 전국 최하위권인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오염 정도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는 형국이니 답답하고 개탄스럽다.

이번에 국립환경과학원의 ‘일반산업단지 주변지역 환경보건평가 보고서’(국정감사 제출 자료)를 통해 부산 대기환경의 후진적인 실태가 다시 한 번 극명하게 드러났다. 6개 대표 도시의 산단 지역 중 서부산권 3대 산단(신평장림·사상·녹산)의 대기오염도가 최악으로 나타난 것이다. 2013~2015년 측정기준으로, 8대 중금속 가운데 크롬은 서부산권 산단이 전체 평균치보다 4배나 높게 나왔다. 다른 6개 중금속도 서부산권 산단의 농도가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돌았다.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도 위중한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서부산권 산단 지역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각각 60.9㎍/㎥과 30.0㎍/㎥로, 모두 국내 기준치(50㎍/㎥, 25㎍/㎥)를 훨씬 넘어섰으니 말이다. 작년만 해도, 부산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7㎍/㎥를 기록해 서울·인천보다 높았고,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치로는 3배 가까이 나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부산시의 대기환경 개선 예산은 전국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부산의 도심이든 외곽 산단 지역이든 늘 마스크를 끼고 다녀야 할 판이다. 특히 서부산권 산단 주변 거주자 중 70% 가량이 악취, 두통·어지럼증, 구토·매스꺼움을 경험했다는 반응은 시민건강권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걸 말해준다. 이 같은 대기환경을 계속 방치하면 만성화되고 결국엔 손을 쓰기 힘든 지경이 될지 모른다. 부산시와 관계당국은 더 늦기 전에 대기질 개선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