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츠 중계 현장에서 과학기술을 접목한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TV 야구 중계만 봐도 몇 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4D 리플레이, 모션캠 등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4D 리플레이 기술은 경기장에서 10대 이상의 카메라를 활용해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던 것처럼 타격 시 임팩트 순간을 360도로 돌아가며 보여주는 것이다. 모션캠을 활용한 중계방법은 투수의 투구동작을 슬로 모션으로 연속해서 보여주며 공의 궤적을 같은 화면에서 보여 주는 방법이다. 이때 각도, 속도 등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러한 관중을 위한 중계기술의 발전이 각 팀의 분석 데이터로 활용되어 선수 개인의 기량 향상에도 기여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사용 중인 스탯캐스트라는 장비는 경기 중 선수가 움직이는 순간의 최고속력, 초기 반응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선수별 능력을 파악한다. 이 장비는 군사적으로 로켓 추적에 사용되던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런 장비는 골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데 트랙맨이라는 장비는 레이더로 볼의 거리, 회전 수, 공의 위치 등을 즉각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 골프 중계방송에서 몇 년 전 도입되었으며,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는 경기 중 갤러리를 위해 현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장비는 현재 한국프로골프(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의 훈련에 사용되는데 선수들이 샷과 스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교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최신 트렌드인 빅데이터나 가상현실(VR)과 결합한 사례도 있다. 2014년 독일의 월드컵 우승에 기여한 SAP사의 축구를 위한 훈련 솔루션 ‘SPORTS 1’이라는 프로그램은 선수 개인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훈련 스케줄을 작성해준다. 이런 기술은 미식축구에도 활용된다.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전술이나 전략 훈련을 할 때는 11명의 모든 선수가 필요했다. 그러나 VR 기술을 접목하면 쿼터백 혼자서도 실제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동시에 움직이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다양한 전략 전술을 연습할 수 있다. 또한, VR 장비는 야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나 스키 등 현장 훈련이 힘든 종목의 이미지 트레이닝에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게임으로까지 출시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마라톤 선수나 국가대표만이 측정하는 줄 알았던 운동 중 심박 수 등의 정보를 이제 개인이 스마트 시계를 손목에 차고 측정하는 세상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처럼 앞으로 더욱 정교한 분석 장비가 일반화되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측정 장비들이 개발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누가 그것을 먼저 도입하고 잘 활용하느냐가 선수들의 능력 극대화와 성적을 좌우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IT 강국답게 이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편이다. 이제까지 여러 최첨단 장비와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왔다. 그 중심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있다. 체육진흥 정책을 수립하고 스포츠 과학을 체계적 과학적으로 연구하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기여하는 곳이다. 그 산하에 엘리트 선수와 지역 체육인을 위한 스포츠과학센터가 있는데 지난달 29일 인천에 문을 열어 서울, 경기, 대전, 대구, 광주, 전북, 충남까지 총 8곳을 운영 중이다. 아쉽게도 부산은 그 명단에 없다. 지난 3월 공개모집에서 부산시는 지원을 했는지, 지원했다면 어떤 부분이 부족해 탈락했는지를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해 우리 지역 체육인들도 스포츠 과학의 혜택을 충분히 누렸으면 한다.
부산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