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재료, 마음이 예뻐야… /김진천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02 18:24:49
  •  |  본지 22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곧 추석이다. 학생들에게 추석 명절 잘 지내고 오라고 덕담 몇 마디하고 길지 않는 이별을 한다. 그런데 기뻐야 할 4학년 학생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바로 명절 때 듣는 ‘취업은?’이라는 세 글자의 스트레스일 듯하다. 요즘 캠퍼스 청년들의 고민 중 가장 큰 것은 취업이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꼭 취업 완성을 위해 정진하고 있고, 때론 소위 말하는 과거 세탁작업에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학점을 위해 재수강, 계절학기 수업, 온라인수강 등에 의한 학점세탁, 전공과 무관하지만 어떻게든 외형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각종 자격세탁, 그리고 전문대에서 4년제 대학으로, 소위 지잡대에서 거점대, 인(in)서울대로의 학력세탁, 대외활동·봉사, 해외연수·어학 관련 등등. 그리고 심지어 조금이라도 면접 때 좋은 인상과 점수를 받기 위해 얼굴이나 체형까지 수술하는 성형세탁 등 정말 노력을 다한다.

문제는 이러한 모든 노력이 정말 필요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 내면의 아름다움이 표출된 우아함보다는, 표리적인 보여주기식의 총집합체 같은 거대한 구역질 나는 괴물을 만들어내는 시대적 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외모, 외형 제일주의는 캠퍼스 청년들만 아니라 정말 우리 사회에 깊게 들어와 있다. 명품 옷과 화장품, 핸드백, 좋은 차, 비싼 아파트 등등. 이처럼 내실을 다지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탄탄한 내면(인성)을 완성하진 않는 외형 제일주의는 언젠가는 들통나거나 스스로 붕괴될 것이다. 사상누각처럼.

재료공학에서도 내면의 중요성은 인간 세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재료공학에서 어떤 재료가 생활에서 실제 사용되려면 반드시 ‘공정(processing)-구조(structure)-특성(properties)-성능(performance) 4단계를 따라야 한다. 4단계를 잘 이해해야 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소재가 어떤 특성을 발현하고, 우수한 성능이 구현되려면, 그 재료가 최고의 특성을 가져야 한다. 최고의 특성을 가지려면, 재료의 미세구조(원자들의 배열과 내부조직)가 치밀해야 한다. 이 치밀한 미세구조를 위해서는 제조공정에서 최적의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구조라는 부분은 재료공학에선 미세조직이라고 하고 이는 바로 앞선 내면의 아름다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잘라서 잘 연마해 광학 혹은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내부 미세조직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시골 부엌에 있는 두툼한 무쇠솥 주철의 미세조직은 탄소가 많이 함유(3~5%)되고 조대한 펄라이트라는 조직에 탄소가 뭉쳐있는 미세조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음식을 자를 때 사용하는 강한 칼의 탄소강은 탄소가 1, 2% 이하로 적게 들어가고, 내부 미세조직은 미세한 펄라이트 조직에 탄소들이 치밀하게 분산되어 고강도를 가진다. 이런 타고난 미세조직 위에 좀 더 사용자의 요구 특성에 맞게 열처리, 담금질 등 인고의 시간과 합금화 처리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 제품이 만들어진다.
이런 담금질 모습은 추석 명절 시장에서 대장간에서 농기구, 호미, 낫, 쟁기 등을 만드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대장장이들은 시뻘건 쇳덩이를 아궁이에서 꺼내 망치로 두들기고 찬물에 순간적으로 집어넣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쇳덩이를 숯과 석탄이 훨훨 타고 있는 불 아궁이에 넣고, 아주 벌겋게 고온으로 가열한 다음 집게로 꺼내 모루 위에서 쇠망치로 강한 힘으로 두들기면서 모양을 만들어낸다. 이를 수없이 반복한다. 약 1000도 고온에서 갑자기 찬물에 식히는 것은 내부에 열 충격을 가하여 원자들이 단단하게 결합하게 하거나 조직을 치밀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것으로 쇠의 내부 미세구조를 아름답게(치밀하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내부조직이 이름다워야, 그래야만 특성이 나오고 사용자의 요구 용도에 문제없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아닌 무생명체(재료)도 내면이 아름다워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발현하는데 하물며 최고 고등생명체인 인간의 삶은 무생명체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의 내면을 정련해야 함은 당연지사다. 우리는 결국 진실로 내면이 아름다운 것이 자연스럽게 겉으로도 아름답게 투영됨을 잊질 말아야 한다.

울산대 교수·첨단소재공학부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지방분권 개헌…골든타임 온다
개헌논의 어디까지 왔나
지방분권 개헌…골든타임 온다
지방분권 개헌, 쟁점 사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잠시 멈춥시다. 그리고 전체를 둘러봅시다
2021년 8월 18일을 고대하며
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미래먹거리 과학기술로 해결한다 /서병수
제대군인 주간의 의미를 되새기자 /권상근
기자수첩 [전체보기]
BRT 제대로 만들자 /김준용
뒷말 무성한 도시공사 /하송이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어떻게 평생 동안 교육을 받습니까
대학교도 학교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만남의 영도, 사랑의 부산
‘생각의 단절’이 회복되고 있는 인민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아동범죄는 무관용이 원칙 /임은정
솔로몬 지혜 필요한 신공항 /박동필
도청도설 [전체보기]
백색소음 흑색소음
좌식문화의 그늘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천년고찰 화엄사의 특별한 음악제
‘휘게’(편안함·따뜻함)를 즐기는 신선한 유행
박희봉 칼럼 [전체보기]
또 시간이 간다
대한민국의 퀀텀 점프
사설 [전체보기]
신고리 재개 수용 문 대통령, 후속 보완책 만전을
회복 신호탄 쏜 올해 BIFF 재도약 가능성 봤다
송문석 칼럼 [전체보기]
고양이가 쫓겨난 이유
부산상의 회장 선거 유감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소득 주도 성장’이 성공해야 하는 진짜 이유
‘문재인 케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개헌 논의가 수상하다
댓글부대로 전락한 사이버전사들
경상남도청 서부지사
경남개발공사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