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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소득 주도 성장’이 성공해야 하는 진짜 이유

우리가 추구해야할 포용적 복지국가의 비전과 전략

공정한 경제체제 확립, 실질적 민주주의 완성해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9-28 20:53:2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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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소위 민주정부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거대한 발전을 이루었다. 김대중 정부는 민주적 보통선거를 통한 50년 만의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루었기 때문에 탄생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적 민주주의의 안정과 성숙을 상징하기에 충분했다. 노무현 정부는 정치적 권위주의를 해체함으로써 정치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참여 민주주의를 시도했고 마침내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했다. 한 시대를 마감한 것이다. 그래서 민주정부 10년이 지나면서 정치적 민주주의는 유럽 선진국에 버금갈 정도로 절차적 민주성과 안정성을 획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주정부 10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직후 외환위기 수습을 위해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고, 이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이후 비정규직과 저임금 등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경제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또 민주정부의 두 번째 시기인 노무현 정부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순수한 열정과 선의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보통사람들의 외면 속에 임기를 마쳤고,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2006년 가을, 나는 개혁적 연구자들을 만났다. 보건 복지 경제 일자리 노동 등 각자의 분야에서 실천 가능한 진보적 대안을 고민하던 분들이었다. 그때까지 우리는 자기 분야에만 갇혀 지냈으므로 분야별 대안은 있어도 국가 전체를 바꿀 비전은 확보하지 못했다. 진짜 필요한 것은 파편적인 분야별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새롭게 구성할 총체적 비전과 전략이었다. 이것이 민주정부의 한계로부터 당시 우리가 얻어낸 성찰의 결과였다. 마침내 2007년 늦가을 국회 사무처에 등록된 사단법인 싱크탱크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출범했다.

오는 11월 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창립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복지국가 운동 10년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하고 국민행복의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무엇을 할지를 공유하는 행사가 될 것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지난 10년 동안 사회운동으로 이루고자 했던 역동적 복지국가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경제 성장과 복지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성장 엔진을 탑재한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이다.

역동적 복지국가는 행복할 권리를 보장하는 ‘국민의 집’이다. 이 집은 자유와 평등을 향해 있고, 현판에는 존엄.연대.정의라는 3대 가치가 새겨져 있다. 이 집의 기둥 4개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4대 원칙을 의미하는데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혁신적 경제 그리고 공정한 경제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역동적 복지국가의 이념적 지향과 3대 가치를 기반으로 튼튼하게 서 있는 네 개의 기둥이다. 이들 4대 원칙은 하나하나가 다 독립적이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고 상호작용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이 기둥 중 하나만 부실해도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국민의 집’을 제대로 지을 수 없게 된다.

낙수효과에 기댄 채 복지 없는 성장이라는 가짜 성장주의 노선을 걸었던 보수정부 10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는 성장 잠재력을 서서히 잃었고 경제사회의 양극화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사회의 곳곳에 폐단이 누적됐다. N포 세대, 수저계급론, 헬 조선, 심각한 소득 및 자산 불평등,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의 출산율 등 위기의 징후들이 나타났다. 이것이 지난겨울 촛불 항쟁이 계속됐던 진짜 이유다. 겉으로 드러난 위법적 적폐뿐만 아니라 경제사회적 적폐까지 다 청산하고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게 촛불의 진짜 열망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선 실질적 민주주의의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이 촛불의 진짜 열망이고,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민의 이런 열망으로 탄생했다. 지난겨울 내내 울려 퍼졌던 ‘이게 나라냐’는 촛불의 외침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이게 진짜 나라다운 나라’라며 포용적 복지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소득 주도 성장은 이를 위한 전략이다. 이는 역대 정권에서 선보였던 것들과 전혀 다른 성장 전략이다. 노동시장의 일차분배와 복지를 통한 이차분배를 체계적으로 강화함으로써 가계 소득을 늘려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소비와 투자의 증가시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도 우리에게 포용적 성장 체제의 구축을 권고한 바 있다. 경제의 양극화로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복지 안전망의 부실로 생애주기별 불안이 상존하고,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지난 20년 동안 시장이 초래한 이런 문제들을 자유시장이 스스로 해결하게 하자고 요구하는 보수적 주장은 이제 설 자리를 잃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포용적 성장을 가능케 함으로써 복지국가의 문을 활짝 열 적극적 개입주의 전략이다.

보편적 복지의 제도화를 통해 생애주기별 복지 안전망을 강화하고, 적극적 복지를 통해 일자리 중심의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통한 공정한 경제 체제의 확립은 약탈적 갑을관계와 노동의 배제를 시정하고 포용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이런 내용으로 구성된다. 앞으로 소득 주도 성장이 입법과 예산으로 뒷받침되고 이것의 제도화 수준이 점차 높아지면 혁신적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 그러므로 소득 주도 성장은 혁신 성장의 마중물이자 혁신적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사람에 대한 투자 전략이다.

소득 주도 성장이 성공해야 국민행복의 복지국가 시대가 열린다. 이럴 경우 문재인정부는 민주정부 10년의 절차적 민주주의 완성에 이어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실질적 민주주의 시대의 문을 연 성공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제주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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