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왕년의 올림픽 스타인 레슬링 종목의 김원기 씨가 산행 도중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비보에 놀란 가슴을 애써 쓸어내려야 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건국 이래 몬트리올 올림픽 양정모 선수 이후 우리나라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겨주었던 주인공이기에 더욱 그랬다. 은퇴 후에는 보증을 잘못 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금메달 스포츠봉사단’을 결성해 무료강의 등 사회봉사활동을 꾸준히 하신 터라 고인에 대한 아쉬움은 배가 된다. 우리나라 체육을 위해서 후학양성 등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분이었기에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이전 올림픽 결승전을 생각해보면 경기가 있는 날에는 밤잠을 설쳐가며 손에 땀을 쥐고 선수들과 한마음이 되어 함께 응원했고 또한 매스컴들은 부모와 친척, 이웃 등의 현장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인생 역경을 보도한 것은 올림픽의 또 하나의 추억이기도 하다. 이렇듯 메달리스트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값진 메달들은 스포츠 강국이라는 국가의 위상 강화로 이어져 왔다.
그런 메달리스트들은 현재에도 잘 지내고 있을까? 대부분 메달리스트는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선택하며 이런 선택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지도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운동선수로서 가장 의미 있고 보람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생각으로 대부분 메달리스트는 인생역전을 통해 부귀를 누리고 이때까지의 고생을 모두 보상받으리라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몇몇 유명선수 이외 대부분 선수의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어느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태극기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는 약 60만 명이지만 실제 연금을 받는 사람은 고작 1200명에 불과하며 이는 지금까지 전체 국가대표의 5%밖에 되지 않는 아주 적은 숫자라는 것이다. 또한, 은퇴 후 일신상의 이유와 경제문제, 사고 등으로 인해 자신이 평생 해왔던 운동을 더는 하지 못하고 접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데 실제 필자 주위에도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지 못하고 아예 다른 길을 걷는 분이 적지 않으며 심지어 열악한 환경에서 지도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은퇴선수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걸어온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몇 년 전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최저생계비보다 적은 연금 52만 원으로만 생활하다 고독사로 사망한 한 역도 메달리스트의 사례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진정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메달리스트들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에 있다. 우리가 아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연금은 금메달 취득을 기준으로 포상금 6000만 원과 매달 100만 원의 연금을 받게 되는데 남자의 경우에는 병역 혜택도 있다.
사실 일반 사람에게는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큰 혜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걸고 나라의 위상을 높이고자 오로지 운동만을 해온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대우는 충분히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우리 주위에는 평생 운동에 전념하고도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아보지 못하는 선수가 얼마나 많고 많은가! 바로 눈앞에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메달리스트들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올림픽 이후에 적절한 보상과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직업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거나 생활고를 겪는 메달리스트가 없도록 관련 제도가 하나둘 생겨가기를 기대해 본다.
영산대 태권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