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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봉 칼럼] 대한민국의 퀀텀 점프

조만간 열릴 북극항로 세계 물류 대변혁 초래, 국가 흥망 여기서 갈려

세기적 호기 맞은 부산, 시민 역량 쏟아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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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잊어라.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니다. 벤치마킹은 그만 둬라. 선택과 집중도 버려라. 수직 계열화는 이제 낡은 방식이다. 실패의 경험이 곧 실력이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가 던지는 화두는 눈길을 확 끈다. ‘축적의 시간’이란 제목으로 책도 내고 TV강연도 벌였다.

개념설계와 축적의 시간, 스케일업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게 그의 생각.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개념설계 능력의 부재가 오늘날 한국의 정체를 가져왔다는 진단이다. 숱한 시행 착오와 경험의 축적을 통해 혁신적 결실을 맺는 게 스케일업. 그 과정이 축적의 시간이다. 실패와 위험, 경험의 공유가 있어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꽉 막혀 있다. 북핵에 막히고, 사드 보복에 막히고…. 인구 절벽에 성장 절벽까지. 그 절벽을 뚫고 대한민국이 날아오를 방법은? 눈을 들어 하늘을 보는 것이다. 어째 좀 황당한가. 고개를 들어 세계를 보는 것이라 하면 어떤가. 개혁은, 혁신은, 과거에 있는 게 아니다. 먼 미래를 설계하고 실패를 축적하는 과정에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남극과 북극이다. 남극조약이 끝나는 2048년까지는 31년 남았다. 먼 것 같지만 먼 미래가 아니다. 남극은 이미 미지의 대륙이 아니다. 열국의 각축장이다. 갖가지 자원은 말할 것도 없다. 지구 생성의 비밀, 인류 생존의 해법이 그곳에 담겨 있다.

북극은 더 가까이 와 있다. 녹는 속도가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그 부작용은 일단 논외로 하자. 연중 북극항로가 열리는 기간은 2년 전 1개월. 그게 3년 뒤면 수개월, 2030년이면 완전히 열린단다. 북극해가 열리면 어찌 되는가. 한마디로 세계의 판도가 바뀐다. 홍콩, 싱가포르는 세계의 중심에서 탈락이다. 나홋카, 블라디보스토크, 무르만스크, 함부르크, 로테르담이 떠오른다. 부산은 상하이, 요코하마와 각축이 예상된다.

러시아의 쇄빙선은 40척으로 세계 최고다. 우리는 아라온호 고작 1척이다. 인천이 모항인 데다 연중 보름 정도만 북극에 사용된단다. 극지연구소는 부산이 아니라 인천에 갖다 놓았다. 도대체 국가 전략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중국의 세계 전략인 일대일로에 한국은 없다. 태국의 크라 운하와 니콰라과 운하는 단연 압권이다. 102㎞의 크라운하가 개통되면 말라카 해협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변방으로 전락한다. 278㎞ 니콰라과 운하가 들어서면? 아마 파마나는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다. 제2 수에즈 운하 개통으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이 쇠락하는 식이다.

중국과 일본은 극지 담당 국까지 만들고 항로 개척을 위해 스케일업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나진항까지 50년간 조차해 두었다. 그들의 시야가 먼 하늘을 향해 있는데 우리는 땅만 쳐다 봐서 될 일인가. 북극항로는 머지 않아 물류의 대격변을 가져온다. 거기에 올라타면 순풍에 돛이다. 반면 아차 하면 뭇 발길에 채이는 쇠똥 신세로 전락한다. 이른바 흥망의 변곡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9개의 다리 전략’은 누가 기획했는지 일단 그럴 듯하다.
문 대통령은 신북방정책과 관련해 부산을 수차에 걸쳐 언급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연설 때 부산을 여러 번 거명했다고 한다. 부산의 역할이 그만큼 중차대하다. 조선과 항만, 수산, 물류는 부산만이 가진 강점이다. 북극해 자원은 13조5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경4000조 원에 달한다. 북극해의 40%가 러시아 영토에 접해 있으니 기회의 땅이다.

문제는 정부와 부산의 의지다. 북극항로는 대비에만 최소 10년이 필요하다. 발등의 불인 셈이다. 단기에 효과를 내려면 자본과 노력의 집중 투입뿐이다. 우선은 부산항만공사의 복합수산물류센터를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 물류센터, 항만 등 거점을 확보하고 쇄빙선 기술 축적도 시급하다. 2중 철갑의 수송선 건조 대비는 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초기 투자 과정에서의 실패와 위험, 좌절도 있을 것이다. 그런 스케일업의 과정, 축적의 시간이 없이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국제신문과 극지해양미래포럼은 이런 미래를 내다보고 남극과 북극 연구에 매진해 왔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극지체험센터 건설이나 제2 극지연구소, 제2 쇄빙선 등도 그런 전략 중의 하나다. 단언컨대, 대한민국의 미래는 극지에 달려 있다. 물론 승패의 최전선은 부산이다. 그런데 눈만 멀뚱거리고 있어서야 될 말인가. 부산시민의 역량을 집결시켜 서명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물리학 용어에 퀀텀 점프란 게 있다. 양자가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갈 때 계단을 오르듯 뛰어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어떤 일이 조금씩 발전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급성장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퀀텀 점프에 부산이 앞장설 생각은 없는가. 부산이 일어서야 대한민국이 들썩거린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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