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달 25일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편람 수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학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의 이름으로 나노기술, 유전자기술, 전기차, 자율주행 차, 드론, 머신러닝 및 인공지능 등의 미래 신기술이 산업생태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이제 기술이 드라이브하는 새로운 사회경제 변혁이 목전에 와 있다. 최근 무인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3D 프린팅, 나노 신소재, 양자컴퓨팅, 기계학습 및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이 기존 산업을 재편할 뿐 아니라, 신개념 비즈니스와 산업을 창출하고, 우리 일상의 생활도 변혁시키고 있다.

산업과 생활의 변혁 중 가장 큰 이슈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지난 10년간 각국의 자본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OECD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다. 자본을 투자할수록 산업의 자동화, 지능화에 더 많이 투자되어 고용이 줄고 GDP가 감소하는 역설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노동이 대부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던 시대에서 자본과 기술이 그 역할을 대체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시대를 맞아 대학은 어떤 인재 육성이 필요한가?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제4차 산업혁명’이란 책에서, 칸막이식 사고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생태계를 포용 통합하고 협력적이고 유연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공동의 담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 과학자 정재승은 지금까지 측두엽과 두정엽에 치중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전두엽을 활용할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역시 뇌 과학자 김대식은 ‘인간과 기계’라는 책에서 인간의 유일한 희망은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는 말을 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색깔을 살리고 자신만의 뇌 지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생들을 도와야 한다. 당연히 대학은 새로운 산업시대가 학생들에게 기회가 되고 도전의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이미 명확하게 주어진 비슷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해결하고, 임무에 충실한 모범생을 원했지만 새로운 지식기반 산업과 사회는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이 주도적으로 4차 산업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해 새롭게 개발한 교육 내용과 방법을 교육현장에서 실제로 구현해야 한다. 상상력과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은 지금까지와 다른 길을 보여줘야 하고, 교육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는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미래 인재의 필수역량에 대한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학과 교수가 강의만 제공하는 역할에 안주하면 정말 사라질지도 모른다. 명성과 브랜드, 학위 인증 기능만으로는 생존하기 힘들다. 전통적인 교육의 기능과 역할의 상당 부분이 비즈니스화될 것이다. 이제 대학은 교육 콘텐츠 및 서비스 기업과 무한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에서는 과거 고등교육을 급속히 확대하던 시대에 최소한의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던 각종 법규 및 인증제도도 재검토해야 한다. 교육과정 등에 대해 많은 요구와 규제를 하는 것보다는 수업방식, 교육방식을 창의적,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종 재정지원 사업도 미래의 사회 변혁에 맞추어 대학교육의 혁신을 유도하도록 재편되어야 한다. 국가적 전략으로 미래의 산업, 사회, 경제 체제의 변혁에 대비한 교육혁신의 청사진을 준비하고 관련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사회변혁은 분명 우리 대학에 큰 위기이자 기회이다. 대학들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대학의 모델과 역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동의대 대외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