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우리나라 5대 식품 수출 품목 중 단연 두드러지는 것이 김이다. 수출액 2억69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49.5% 늘었다. 3위 참치, 4위 라면, 5위 커피조제품을 따돌리고, 부동의 1위인 담배 아래 2위로 자리 잡았다. 올해 5억 달러를 돌파할 기세다.

김의 시대다. 전 세계 마른김의 50%를 우리나라가 생산한다. 연간 생산량은 120억~130억 장으로 이를 이으면 지구 68바퀴를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우리나라 김은 일본 중국 미국 태국 등 주요 4개국을 포함해 전 세계 97개국에 수출된다. 저칼로리 건강식으로 대접받으며 조미김 김스낵 등이 인기를 끄는 덕분이다. 영화 ‘울버린’의 휴 잭맨과 그의 딸, 영화 ‘제5원소’와 ‘레지던트 이블’의 밀라 요보비치의 김 사랑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 밑바탕은 1980년대 마른김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물김 양식어가와 마른김 가공업체, 조미김 가공업체로 이뤄진 수직적 분업화다. 전남 2278개, 충남 245개, 전북 171개, 경기 112개, 부산 80개 등 모두 2886개 양식어가가 해마다 45만~50만ｔ의 물김을 생산한다. 우리나라 수산양식업 중에서 가장 역사가 긴 김 양식이 21세기에서야 빛을 보는 것일까.

김이 ‘식품산업의 반도체’로 격상됐으니 하는 말이다. ‘빠른 수출 성장세와 고부가가치 창출, 성장과 고용을 동반한다’며 해양수산부가 작정하고 김 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해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2024년까지 김 수출액을 연간 10억 달러(1조1296억 원 상당)로 끌어올리며 김 산업을 수출주도형 식품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소고기처럼 김 등급제 도입, 4개국에 77%가 집중된 수출시장 다변화, 김맥(김스낵+맥주) 프로젝트 등 다양한 방안이 추진된다.

영세한 양식어가와 가공업체의 규모화, 엄격한 위생관리, 새로운 고부가가치 가공식품 개발이 필요할 터. 여기서 빠트려선 안 될 것은 대한민국 김의 역사다. 경남 하동의 한 여인이 김이 많이 붙은 나무토막을 이용해 대나무 등으로 섶을 세워 양식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관찰사가 지방을 순시할 때 수행원 중 한 사람이 김 양식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이야기, 조선 인조 때 태인도의 김여익이라는 사람이 해변에 표류해 온 참나무 가지에 김이 붙은 것을 보고 양식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등 김 양식과 관련한 구전은 글로벌 식품으로 김 산업을 육성할 때 반드시 병행해야 할 스토리텔링 작업이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