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고 살아가다 보면 새삼 세상 이치를 깨치고 삶의 이정표처럼 가슴에 품고 사는 경구가 있다. 허물을 벗지 않은 뱀은 결국 죽고 만다.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낡은 사고의 허물을 깨고 나오지 못하면, 성장은 고사하고 내면부터 썩기 시작해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늘 신선하지는 못하더라도 썩지 않은 삶을 위해서는 사고의 신진대사가 필요하다. 나 혼자 잘살겠다는 마음은 불행을 부르고 함께 잘살겠다는 마음은 행복을 부르는 것이 아닐까?
지난 6월 네팔을 방문했다. 그곳은 많은 것이 공존했다. 피부는 뜨거운 태양 빛 열기를 느끼는 여름이지만, 시야는 하얀 눈 덮인 히말라야 겨울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행복한 미소를 보여준 반면 안타까운 광경도 많았다. 이곳 신두팔촉 지역은 2015년 지진으로 98%의 학교가 무너졌다. 그런데도 네팔 정부는 학교를 지어줄 여력이 없다. 이런 이유로 부산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주관으로 부산기업과 시민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서 3개의 학교를 지었다. 이번 방문은 학교 재건 프로그램 모니터링 및 봉사활동이 목적이었다.
네팔 학교 가는 길은 인생에서 가장 험난한 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착하고 예쁜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색연필 한 통 선물에도 크게 기뻐했다. 이들은 불과 2년 전 큰 불행을 겪었다. 지금도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일반적으로 극빈층에게는 일정 수준의 기반시설이 생명, 소득, 성장에 있어서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극빈층이 유독 경제적 문제로 불행한 사건을 겪는 것을 종종 본다. 지난 6월 25일 파키스탄에서는 전복된 유조차의 폭발사고로 150여 명의 인근 주민이 사망했다. 생계가 힘든 주민들이 공짜기름이라도 모아 팔려고 개미 떼처럼 몰려든 탓이다.
파키스탄의 빈곤층은 하루 2달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인구 절반은 하루에 4000원 미만의 소득으로 연명하고 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바꿀 수는 없지만,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탠다면 일부의 삶은 바꿀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같은 비용을 지불할 때 부유층보다 빈곤층에 100배 더 큰 편익도 줄 수 있다고 한다. 윌리엄 맥어스킬은 이 개념을 ‘100배 승수효과’라고 명명했다. 그는 옥스퍼드대 철학과 부교수이자 비영리단체 ‘기빙왓 위캔(Giving What We Can)’의 공동 설립자다. 행복에 대한 가장 인기 있는 정의 중 ‘주관적 안녕감’이라는 개념이 있다. 행복학의 선구자 에드 디너가 제안한 개념으로, 주관적 안녕감이 높은 상태가 행복한 상태라고 한다. 안녕(安寧)이란 평안하다는 의미이다.
경제학자들이 소득 수준과 주관적 안녕감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는데 소득이 2배 늘어날 때 증가하는 주관적 안녕감의 폭은 같다고 한다. 가령 소득 3000만 원이 6000만 원으로 늘었을 때와 6000만 원이 1억2000만 원으로 늘었을 때 증가하는 주관적 안녕감의 폭은 같다는 말이다. 우리의 소득이 2배 증가했을 때와 극빈층 네팔 농부의 소득이 2배 증가했을 때 발생하는 편익이 똑같다는 뜻이다. 똑같은 금액이라도 누구를 돕는가에 따라서 훨씬 많은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중산층 이상의 소득을 2배 늘리는 데 드는 비용보다 빈곤층의 소득을 2배 늘리는 것이 적게 든다. 같은 비용을 지불한다면 빈곤층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마이스터고에서 특강을 했다. 그곳에서 준비된 인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은 많은 교육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네팔 학교재건은 인간으로서 교육받을 최소한의 기본권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100배 승수효과’일 수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의 아이리더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100배 승수효과’ 사례가 될 수 있다. 아이리더로 선발된 아이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도 인성과 능력을 갖춘 학생이다. 이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학습비 등을 후원받는다. 이런 아이들은 미래사회에서 100배의 가치를 환원하는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삶의 의미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벌지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가치는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이 제공하는 긍정적인 경험에 있다. 작은 일이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면 우리의 양손에, 가슴에 기쁨이 가득할 것이다. 자신 안의 기쁨을 깨워보자. 그리고 그 기쁨이 이끄는 대로 충실히 움직여 보자. 그런 긍정적인 경험이 우리의 인생을 더 의미 있고 목적이 있는 삶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 보자.
인생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이 때문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시작할 기회는 늘 이 순간밖에 없다.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경성리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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