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범위를 300세대 이상으로 규정한 법률에 허점이 많아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공통주택관리법은 관리비 징수 주체는 항목별 내역을 입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 및 게시판에 게시하고 국토교통부가 별도로 운영하는 사이트에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징수·보관·예치·집행 등과 관련한 월별 장부는 각종 증빙서류와 함께 5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거부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를 준수해야 할 대상이 300세대 이상이거나 150세대 이상에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등으로 한정되는 바람에 소규모 공동주택은 법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이유를 들어 입주민들이 관리비 부과 근거를 요구해도 관리사무소 측이 공개의무가 없다며 이를 기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관할 지자체 역시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해당 공동주택에 과태료 부과나 시정명령 등을 내릴 법적 기준이 없어 행정지도에만 그치는 실정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법률 미비로 인해 소규모 공동주택에서 관리비 횡령 등과 같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관리사무소나 입주민 대표가 비리를 저지르더라도 구성원들이 견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200세대 아파트에서 한 세대가 월 5만 원을 낸다면 한 달 관리비는 1000만 원이나 된다. 부산에는 현재 의무관리대상에서 제외된 소규모 공동주택이 2912곳, 16만9554세대(남구 제외)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소규모 공동주택의 관리비가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관련 법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부산시도 법 타령만 할 게 아니라 다른 지자체처럼 적극적인 행정지도로 비리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옳다. 서울시는 지난해 ‘소규모 공동주택 관리 컨설팅 계획안’을 만든 뒤 외부전문가를 동원해 관리비 집행 적정여부 점검과 각각의 사정에 맞는 관리규약 제정 등을 실시한 바 있다.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 황당한 일은 더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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