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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사람이 새로운 산을 만든다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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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9-08 19: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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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蔚山)은 산이 많아 울산입니다. 우리 주변에 부산 양산 마산 등 이름에 산이 들어간 도시가 많습니다. 하지만 울산은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명품의 울산 산군이 있어 도시 이름값을 충분히 하지요.

산은 봄에는 붉은 철쭉, 여름엔 찬란한 녹음이 사람들을 산으로 유혹하지요. 오래지 않아 영남알프스에 억새가 일어 가을이 깊어지면 산으로 가는 길은 길마다 인파로 만원을 이룰 것입니다. 겨울이 되면 산정은 눈이 이고 사유에 잠깁니다. 울산 도심은 진눈깨비만 내려도 울산 산군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립니다. 산군에 눈이 내리는 날 눈을 찾아 떠나는 눈 산행 마니아가 꽤 많습니다. 저 산들을 단순하게 그 정도로 이용한다면 산의 가치가 너무 가볍지 않을까요?

울산에서 산이 등산의 목적이 아닌 문화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문을 처음 연 사람이 임권택 감독일 것입니다. 임권택 감독은 1986년 울산의 정족산(솥발산) 아래 보쌈마을에서 강수연 주연의 ‘씨받이’를 찍었습니다. 이 영화는 이듬해 제44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성공적이면서 가능성을 보여준 콘텐츠였지만 산이 많았던 울산은 몰랐습니다. 그 시절 공무원에게 산은 산불이 일어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그 후 2010년 울주문화예술회관이 갇힌 공간 객석을 대담하게 열린 산 위로 올렸습니다. 명품 피아노인 스타인웨이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울주 오디세이’란 이름으로 억새가 만발한 간월산 간월재에서 산악공연을 시도했습니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울주 오디세이는 히트작이 되었습니다. 객석인 간월재에 당도하기 위해 관객들은 2시간에서 2시30분 정도의 산행 발품을 파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울주 오디세이에는 임동창, 일본의 소지로, 김영임, 이정식 전재덕, 양방언, 권진원, 김창완, 신형원 씨 등 다양한 방면의 음악인이 초대돼, 무대 위에서 열창했고 관객들은 환호했습니다. 저 역시 몇 번 발품을 팔아 그 공연을 지켜보면서 가을 하늘과 풍화하는 억새가 만드는, 자연 무대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실감했습니다.

울주 오디세이는 산악문화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울주 오디세이에 성공한 울주군은 좀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2회를 맞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가 그것입니다. 간월산 아래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산악영화를 국제공모해 우수 작품을 선정, 상영, 시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국제산악영화제로는 최초였습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시작과 함께 국제적으로 산악영화제로 유서 깊은 이탈리아 트렌토영화제, 캐나다 벤푸영화제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산악영화제’란 이름을 얻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다투어 산악영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성공으로 이제는 세계의 영화인과 산악인이 울산의 산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산을 파서 내다 팔지 않고서도 울주 산군을 수출하는 효과를 얻은 셈인 것이죠.

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올해 국내외 공모에 세계 31개국에서 260편 작품이 출품됐답니다. 이 중에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국제경쟁작 30편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 97편이 5개의 영화관에서 무료로 상영됩니다. 울울창창한 산들과 함께 또 하나의 산, 바야흐로 ‘영화의 산’이 솟아오르는 중입니다.
저는 지난해 영화제에 초청된 히말라야 8000m급 이상 14좌를 인류 최초로 무산소 등정에 성공해 산악계의 전설이 된 라인홀트 매스너와의 만남과 전통 알피니즘에 대한 강연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올해 신설된 제1회 울주세계산악문화상을 수상하는, 1978년 K2를 세계 최초로 무산소 등정한 미국인 릭 리지웨이 씨와의 만남 또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산이 만들어준 도시 울산시와 울주군은 산악영화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영화뿐만이 아니라 암벽등반, 산악가상체험 등의 투자로 산악영화와 산악문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산이 바라보는 존재에서 그 자리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산이 얼마나 소중한 문화자원이 될 수 있는가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는 산을 파괴하거나 개발이나 오염시키지 않고, 산이 늘 그 모습으로 반기는 현장에서 사람과 산이 하나가 되는 축제들이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산악영화제 기간에 객석에서 우연처럼 당신을 만나 다시 산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오는 23일 낮 12시 간월재 억새밭에서 제8회 울주 오디세이도 열린답니다. 당신. 함께 가실 거죠?

시인·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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