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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칼럼] ‘휘게’(편안함·따뜻함)를 즐기는 신선한 유행

일상서 소박하고 소소한 행복 추구 ‘휘게 라이프’

욕심 버리고 근심 비우는 ‘마음 다이어트’서 출발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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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8-31 19:15:2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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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프레베르는 우리에게 샹송 ‘고엽’의 작사가로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이었다. 그는 시 ‘아름다움이여’에서 “아름다움이여, 그 누가/ 보다 아름답고/ 보다 고요하고/ 보다 이론의 여지 없고/ 보다 생동감 넘치는/ 어떤 이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아름다움이여/ 나는 종종 너의 이름을 사용해서/ 너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는데/ 나는 고용주가 아니지/ 아름다움이여/ 나는 그대의 고용인일 뿐”이라고 멋지게 노래했다. 우리 모두가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 고용된 고용자라고 쓴 셈이다. 아름다운 삶을 모시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요즘 휘게 라이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휘게(Hygge)’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뜻한다. 일상에서 소박하고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는 것을 뜻한다. 이 단어는 작년에 ‘브렉시트(Brexit)’라는 단어에 이어 영국 콜린스 영어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휘게를 좇는 유행의 부상이 의미하는 것은 이제 우리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것의 내용이 ‘함께 안온하게 머무는 느낌’이며, 또 ‘좋은 사람끼리 신뢰하며 주고받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용어는 흔히 슬로푸드나 벽난로, 양초, 자연스러운 조명, 담요 등과 짝을 이룬다고 한다. 휘게에 대한 책들을 살펴보니까 휘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덕분에 북유럽의 예술과 디자인이 구현하려는 가치가 인간, 평등, 신뢰, 자연, 미니멀리즘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특히 북유럽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의 천연색이나 자연의 부드러운 곡선 등을 응용해 생활용품들의 디자인과 색채에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은 꽤 흥미로웠다.

일상에서의 시간과 공간에 만족감을 가득 채우려는 대중들의 욕구는 날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사이토 시케타는 자신이 쓴 책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제안들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못 하는 일은 하지 말 것, 마음의 다이어트를 할 것,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릴 것, 답답하다고 해서 술로 해결하지 말 것, 세상에서 버림을 받기 전에 지위를 버릴 것,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은 하지 말 것, 지나친 치장을 피할 것 등이 그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휘게 라이프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행복을 찾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주거문화에서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주거의 질을 고려하여 아파트 거주를 회피하고 있다. 더욱 쾌적하고 친자연적인 환경을 갖춘 주거 요건을 추구하고 있다. 휘게 라이프에 대한 관심은 한 방송사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효리네 민박’을 통해 확산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아무튼 사람들은 구획되고 단절되고 붐비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좀 느슨하게, 수수하고 담박하게 사는 것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니까 한 방송사에서 방송하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상위권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서 좀 놀라웠다. 물론 나도 이 프로그램을 가끔 시청하기도 했지만 이 프로그램이 사람들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는 줄은 몰랐다. 이 프로그램은 2012년 8월에 방송을 시작했고 올해로 방송 5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258명의 자연인이 소개되었다고도 한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바대로라면,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자연인들은 대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경작지를 개간해서 곡식을 얻고, 텃밭에 채소를 기르고, 산에 올라 약초를 캐고, 벌을 치고, 활동하기 어려운 때를 대비해 먹을 것을 저장하면서 살아가는데, 이 자연인들의 얼굴에는 큰 근심이나 불안이 없어 보였다. 너무 많은 음식을 먹지도 않고, 좋은 옷과 좋은 잠자리를 구하지도 않고, 생계를 위해 뭔가를 채취하고 얻을 때는 먹을 만큼만 얻고, 자연이 그때그때 허락해서 주는 대로만 취하는 생활이었다. 그러므로 이 자연인들의 삶은 자연의 흐름과 변화에 그대로 몸과 마음을 적응시켜서 매일의 날씨에 따르고, 낮과 밤의 교체에 따르고, 계절의 바뀜에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세상과 절연한 듯이 외진 골짜기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사는 이 은둔자들의 삶을 시청하는 연령층은 단연 50대 이상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고도 한다. 우리 사회의 50대 이상의 사람들에서 자연에서 생활하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유난히 많고, 그 때문에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이들의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 없는 가운데 할 일이 있으니/ 문걸이 걸고 낮잠을 자네./ 어린 새가 나 홀로인 줄 알고/ 그림자 그림자 지면서 창 앞을 지나가네.” 이 시는 경허 스님의 선시(禪詩)이다. 최인호 작가는 ‘무사유성사(無事猶成事, 일 없음이 오히려 할 일이다)’라는 시구에 크게 감화를 받아서 장편소설 ‘길 없는 길’을 썼다는 일화도 있다. 이 시구는 휘게 라이프의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구별하고 비교해 근심을 만들며 사는 게 나를 포함한 보통의 사람들의 삶일 것이다. 그러한 마음의 애씀을 버리면 한가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얻는다고 경허 스님은 시를 통해 가르치고 있다. 이 말씀은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과 맥락이 통한다. 달라이 라마는 ‘달라이 라마, 명상을 말하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생각하지 마라. 분별하는 마음을 내지 말고 마음이 그 자신의 흐름대로 가도록 놓아줘라. 마음의 ‘빛나는 명료함’이라는 본질을 관찰하라. 그 마음의 본질을 인식하며 머물러라.”

   
휘게 라이프가 결과적으로 주거의 조건과 생활의 양식들에서 실천되겠지만, 또 어떻게 보면 휘게 라이프는 마음의 영역에서 제일 먼저 실천되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휘게 라이프는 신선한 바람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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