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메시지가 혼선을 빚고 있다. 북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대해 외교적, 평화적 해결이 우선이라고 말하면서도 선제공격을 포함한 군사적 수단 역시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8월 한반도 위기설이 고조되면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했다가 경질되기도 했다. 미국의 대북 해법과 한반도 정책은 과연 무엇인가?

북핵 문제가 한창 고조되었던 클린턴 정부 당시 백악관은 북핵 시설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적 공격 (surgical strike)’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필자는 당시 미국 외교 전문가들과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그들의 답변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군사적 측면에서만 비용 대비 효과를 본다면 너무 싸다는 것이다. 북한은 당시 미국의 군사적 공격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력 사용에 제약조건이 된 것은 바로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반도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의 생명과 한국과 일본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이었다. 실질적으로 당시 김영삼 정부는 무력 사용에 결사적으로 반대하였고,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포기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그렇다면, 현재도 한국 정부가 반대한다면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언제든지 포기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선 클린턴 정부 때와는 달리 북한은 괌, 하와이, 미국 본토까지 공략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했다. 북한의 ICBM은 미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방정식이 달라진 것이다. 클린턴 정부 때와 같이 한국 등 동맹국들의 만류로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마냥 포기한다고만 보기 어렵다.

대북 선제공격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주한미군 철수다. 2000년대 초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을 때 미국의 외교 전략가들은 한국 정부의 메시지를 놓고 혼란스러워했다. 과연 노무현 정부가 반미 노선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한미동맹을 지켜갈 것인가? 핵심은 주한미군 철수였다. 당시 필자는 워싱턴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분석해 보았다. 필자는 북한 핵과 중국의 부상을 고려했을 때 미군 철수는 결코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고 요원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문가 인터뷰 결과는 필자의 예상을 뒤엎었다. 우선, 한국이 특히 정치 지도자나 엘리트들이 ‘양키 고 홈’을 외친다면 미군은 철수하리라는 것이 모든 전문가의 일치된 생각이었다. 필리핀 대사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전 국방부 부차관보 칼 잭슨 교수는 사무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 미군이 다 철수했다며 1992년 미군의 필리핀 철수가 급속히 이루어졌음을 강조한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미군 철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군 철수에 대해 또 하나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은 고립주의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적 사고라는 점이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이임사에서 유럽의 지정학적 갈등에 휩싸이지 않는 한 미국은 안전하다고 고립주의를 강조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이러한 고립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미국은 세계 구석구석에 개입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대외정책에 대한 전통적 사고인 고립주의는 언제든지 정책 옵션이 될 수 있으며, 그 표출은 미군 철수와 자유무역협정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와 대북 선제공격이 상호 연관되어 일어날 개연성도 있다. 기동성, 원거리 공략, 정밀타격이 핵심인 21세기 전쟁에서 지상군을 특정 지역에 주둔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부시 정부 때부터 두 가지 전쟁에서 동시에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미군의 기동성을 강화해왔다. 북한의 군사 도발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주한미군은 오히려 미국의 대북 군사 전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거 일부 진보 인사는 미국의 ‘군산 복합체’를 지칭하며 미군은 자신들의 경제적, 전략적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의 전략적 함수가 바뀌었다. 미군 철수가 한반도에서의 군사력 사용의 비용을 줄이고 전략적 옵션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중국 견제를 위해서 반드시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키나와, 괌 등에서 군사 작전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동북아, 한반도 정세에 한미동맹이 적절하고 적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변화하는 전략적 계산을 섬세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