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쿨루프(Cool Roof)가 유행이다. 해운대구 반송2동 담안골 행복마을의 300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쿨루프 사업이 진행 중이고, 부산진·남·서구에서는 110곳의 건물 옥상과 지붕을 쿨루프로 바꾼 상태다. 큰돈이 들지 않고 효과가 좋아서 시행가치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집 지붕에 흰색·세라믹 도료를 입히는 쿨루프 공법의 태양열 반사 및 차단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된 바다.

그러니 원도심의 산복도로 마을 일대로 쿨루프 도입을 확대하려는 부산시의 계획은 타당성 있고 시도해볼 만한 정책이라고 여겨진다. 무더위 속에 에어컨 없이 여름을 지내는 저소득층 가구에게 쿨루프는 가뭄의 단비일 수 있다. 냉방 에너지 절약 효과는 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사업 시행 전에 현지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치고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미관적인 조화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 건, 쿨루프 하나만으로는 폭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쿨루프 사업뿐 아니라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폭염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도시 폭염과 열섬(주변보다 기온이 높은 지역)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점에서다. 지난달만 해도 부산 울산 경남의 폭염일수가 평년의 배를 웃돌았고 열대야 일수는 무려 3배에 육박했다고 한다. 자연히 온열질환자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부산시는 옥상 조경과 도심지 녹화 등에도 함께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그리고 노후 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에너지 절감과 효율성을 높이는 녹색건축물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시는 오래전부터 옥상과 건물 벽면 등에 녹화사업을 추진했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제는 다각적인 방법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부산은 기후변화로 건강 취약성이 국내에서 가장 높고, 고령화 속도가 최고 빠른 도시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