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마리아나 제도에 있는 섬들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을 만큼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미국과 일본은 승기를 잡기 위해 마리아나 제도 일대에서 피와 살이 튀는 격전을 벌였다. 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진주만 공습 후 일본에 함락당했던 괌에서는 1944년 7월 미국이 탈환할 때까지 목숨을 담보하기 힘든 전투가 이어졌다.
마리아나 제도의 최남단에 자리한 괌은 주변 섬들 가운데 면적이 가장 크다. 괌 관광청은 4000여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 16세기 다. 기록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항해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1521년 3월에 괌에 상륙했다. 이후 괌의 역사는 열강들의 영토확장 정책에 휘말려 비운을 맞는다. 이 기간 스페인과 미국, 일본 등은 번갈아 가며 주인 행세를 했다.
현재 미국 영토에 속하는 괌은 군사적 요충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육군과 공군, 해군, 해병대 등 50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특히 엔더슨 공군기지에서는 미국이 내세우는 최첨단 전투기들이 위용을 자랑한다. 한반도에서 비상 사태가 일어날 경우 즉시 날아올 수 있다는 장거리전략폭격기 B-1B(일명 죽음의 백조)도 이 기지에 배치되어 있다.
이런 전략적 가치를 빼고 나면 그냥 조용한 관광지로 여겨졌던 괌이 최근 한순간에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장소가 됐다. 북한이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라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4발을 괌 주변으로 쏘겠다는 발표를 하고 부터다. 북한은 발사대를 떠난 미사일이 1065초간 3356.7㎞를 날아가 괌 주변 30~40㎞ 해상에 탄착을 형성할 것이라는 자세한 계획까지 내놨다. 북한의 주장이 들어맞는다면 17분여 만에 미사일이 괌이라는 과녁에 도달하는 셈이다.
졸지에 북한의 타격 목표가 된 괌 사람들의 황당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듯하다. 그러나 외신은 주민들이 의외로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우려되는 바는 북한의 괌 공격에 따른 불똥이 한반도로 튈 것이 분명하다는 점. 평화로운 괌이 엄청난 비극의 도화선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건 국적과 인종을 떠나 누구나가 갖고 있는 마음일 터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