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하기 위해서 노는가 아니면 잘 놀기 위해 일하는 것인가? 이솝 우화의 현대판 버전을 한 예로 들자면 게으르고 노래만 하던 베짱이가 추운 겨울 한류 톱스타가 되어 금의환향했다는 비유는 현대인의 새로운 삶의 가치 변화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호이징하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유희적 본성으로 볼 때 역설적으로 사람은 잘 놀기 위해서 일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파도가 너울너울 춤추는 해운대 바다에서 여가를 즐기고 새로운 삶의 생명에너지를 재충전하라!

부산은 3포 지향의 도시로 문화적 전통을 갖춘 도시일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관광객 1000만 명이 바다를 찾는 관광의 도시이다. 바로 놀기 좋은 거리예술에 최적화된 천혜의 환경을 가진 도시로 산, 강, 바다, 도심 하천이 잘 어우러져 있다. 원도심은 근대 유산이 많은 데다 해운대, 광안리 해변 거리, 부산대 앞 온천천 수변거리, 서면 젊음의 거리와 시민공원, 사십계단과 영도다리, 서부산권의 사상 다문화거리 등 일상 생활공간에서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거리예술이 현재 펼쳐지고 있다.

우리에게 거리예술이 매력적인 이유는 소통에서 찾을 수 있다. 닫힌 공간인 실내 무대는 관객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반면 바다, 숲, 공원, 광장 등 생생한 현장을 찾아가는 거리예술은 관객과 직접적인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그래서 민주적이고 ‘관계의 미학’을 가지고 있다.

유럽 각 나라가 거리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매년 600여 개의 거리예술제가 펼쳐진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거리예술제만 250여 개. 600여 개의 프랑스 거리예술 전문집단은 유럽 전역을 순회하며 공연을 펼친다. 실제로 독일 베를린 장벽의 수많은 벽화 앞에서 노래하는 버스커들의 자유분방함과 런던의 유적에서 우리는 거리 예술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람과 예술이 만드는 아름다운 경관은 관객에게 추억으로 남는다. 관광지나 공원에서 인상적인 거리예술을 보았던 시민은 그곳을 지날 때마다 추억을 되살릴 것이다.

그 경이로운 추억은 거리예술의 장르 특성에 기인한다. 실험적이고 새로운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시각, 음악, 춤, 마임, 스토리, 영상, 연극, 멀티미디어 등을 연계할 수 있는 장르 융복합 예술이다. 규모도 한두 명이 참여하는 작은 버스킹에서부터 수백 명이 참여하는 대형 공연까지 가능한 공공예술의 새 영역이다. 부산은 개방적 시민의식, 국제문화도시로서의 관광 인프라를 토대로 한국의 대표적인 거리예술 도시로의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바야흐로 이제 부산의 거리예술이 꽃을 피울 때이다. 발상을 조금 더 확장하면 부산의 16개 구·군에서 관광명소 100경을 지정하고 시간대, 요일별로 열 명의 예술가가 순환공연하면 1000명의 아티스트들의 창조적 활동공간과 일자리가 생기고, 시민들은 다양한 예술을 관광명소의 장소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일명 ‘부산100경 1000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감히 희망해 본다.

여기에는 당연히 예술행정의 지원정책과 합리적 소음 대책도 필수적이다. 너무나 당연한 바람이지만 거리예술의 즐거움을 얻은 시민도 문화 발전에 조금은 책임이 있다고 본다. 시민이 즐기는 문화의 이면에는 나름 문화예술인의 희생과 헌신이 있다. 문화 발전과 향유에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액수만큼은 향유자인 시민이 감동받은 만큼 정한다는 것에 거리예술의 탁월한 민주성이 새삼 있다고 하겠다.

이제 일상에서 시민 모두가 예술가이며, 생활과 예술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이다. 그것은 시민 각자가 주인의식을 지니고 문화예술을 자기 일처럼 돌보는 ‘돌봄과 관계의 시대’를 말한다.

사람과 예술, 도시를 잇는 거리예술은 우리 일상에 숨겨진 생활의 가치와 공간에 담긴 의미를 재발견하고, 공동체와 생태성을 살리는 더불어 함께하는 예술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