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며 검찰 등 사정기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정치에 줄 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정치검찰은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 제도적 문제라면 이는 인적 쇄신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주목하는 이유다.

법무부는 어제 검사장급 이상 간부 36명을 승진·전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개혁대상 1호로 지목된 검찰에 대한 고강도 인적 쇄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두 갈래로 갈피를 잡을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이날 인사로 고검장이나 지검장 등 정부부처 차관급 이상의 대우를 받은 검사장급 검사가 44명으로 지난 정권의 49명보다 5명 줄어든 점이다. 검찰의 권한 및 위상 축소를 상징하는 변화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우병우 사단’ 솎아내기다. 정치권에서 ‘우병우 라인’이라며 공개한 12명의 명단에 속했던 유상범 광주고검 차장검사가 예로 꼽힌다. 그는 지난 6월 창원지검장에서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옮긴 지 2개월여 만에 다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다. 그는 2014년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점 3차장으로 수사팀장을 맡았으며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서울대 동기다. 본인이야 할 말이 왜 없겠냐 싶지만 문 대통령은 이 사건의 재조사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검찰총장 직속 부패범죄 수사기구인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을 공석으로 남겨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법무부는 검찰 개혁 및 부패사범 척결에 인사의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으로 인사가 이어지며 검찰 조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검찰은 권력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내부 비리, 정치적 중립성 미흡, 과잉수사, 반성하지 않는 자세 등 문무일 총장이 열거한 ‘검찰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를 해결하고 거듭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