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전국 최악의 석면 오염 도시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의외로 많지 않다. 환경부가 추산한 전국 석면 발생원 847곳 중 411곳이 과거 부산에 있었다. 411곳 중 수리조선소가 360곳이다. 이렇게 따지면 부산시민 3명 중 1명은 석면 질환을 잠재적으로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최소 10년, 최장 30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 질환이 발병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멀쩡해도 후일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런 실태를 잘 알고 있으면서 석면 건강검진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건 황당하다. 환경부는 전체 검진자 가운데 환자 비율이 6%가 안 되면 검진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부산의 연간 석면 피해자 인정률은 1~2%대로 환경부 입장대로라면 석면 건강검진 사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부산의 석면 산업은 부산항을 통해 일본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뿌리를 내렸다. 1980년까지 석면산업은 번창했다. 차량 브레이크 라이닝 공장, 석면 섬유 방직공장, 슬레이트 지붕 제조공장, 엔진 보호재를 생산하는 공장이 성행했으며,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가 지붕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이제 30년 잠복기가 끝나 가 석면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가 도래한 셈이다. 실제로 매년 부산에서 석면 피해자 인정수가 급증하고 있다. 1980년 석면 공장 인근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학생이라면 30, 40대 청년이 됐다.
환경부는 한 해 10억 원인 석면 검진사업비를 쪼개 쓸 수밖에 없다며 예산타령을 할 게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예산이 부족하면 증액할 생각을 해야지 사람이 죽어가는 데 다른 지역에도 써야 한다며 중단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또 과거 석면 공장 주변 학교 학생에 대한 전수조사도 한시바삐 이뤄져야 한다.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사생활 침해)을 이유로 주소 등 추적 조사에 제동을 거는 건 잘못이다. 잠복기에 있는 데도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석면 피해자가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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