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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하펜시티서 부산항의 미래를 다시 보다

재래항구 창고 재활용한 ‘엘피’, 핵심 콘텐츠로 합창 선택

시민과 숨 쉬는 랜드마크로… 북항재개발 원칙부터 찾아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7-27 19:33:3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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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를 찾았다. 하펜시티는 오래된 항구지역에서 새로운 워터프런트로 변신하고 있는 곳이다. 마치 부산의 북항과 같은 곳이다. 그곳을 찾은 이유는 10여 년의 리모델링 공사를 드디어 마친 ‘엘베필하모니’(이하 ‘엘피’)를 보고 싶어서였다. 2년 전 여름, 코코아 창고에서 변신 중이던 미완성 엘피의 그 특별한 모습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 창고 속에 공연장과 함께 들어선 호텔에 짐을 풀었다. 공연장과 호텔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지하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엘피는 항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지혜가 궁금했다.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엘피에서 열린 음악제 ‘Lange Nacht des Singens’.
운이 좋았다. 매년 여름 2달 동안, 독일 북부지역의 57개 도시와 마을, 107개 장소에서 ‘슐레스비히 홀스타인 음악제’가 개최되는데 마침 그날이 시작 날(7월 1일)이었다. 그날 저녁, 엘피에서 ‘Lange Nacht des Singens’라는 공연이 있었다. 풀어보면 ‘긴 밤, 함께 노래 부르자’라는 뜻이다. 영국 게이츠헤드 도시재생의 핵심프로그램 중 하나인 ‘빅 싱(Big Sing)’이 떠올랐다. ‘길다’와 ‘크다’! 맥이 같음을 깨달았다. 무슨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했다. 시민 모두의 마음을 길게 또 크게 모으자는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모든 것이 궁금했다. 음악으로 접근하는 그들의 방식. 그것도 합창을 택한 이유도 궁금했다.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5개의 장소에서 1000여 명의 아마추어 참가자(34팀)의 공연이 빈틈없이 진행되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열정 어린 표정, 환호로 화답하는 동네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서 수개월 동안 이 자리를 위해 그들이 함께했을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와우’를 넘어 ‘대~~박’을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분명 살아 있는 공동체 회복의 현장이었다. 그들은 같은 동네 사람이고,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참으로 그들의 삶이 건강해 보였다. 배 나온 아주머니와 대머리 아저씨, 노병(老兵)과 동네 꼬마들. 엘피에서 그들이 만들어 가는 음악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것이었다. 늦은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 속에서 그들의 합창을 들으며 ‘문화예술과 항구재생’을 떠올렸다. 한순간에 수십 억을 날리는 시민수동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그래서 함부르크 시민임을 자랑스레 여기게 되는 그들의 방식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엘피는 시민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진정한 산업유산이었다. 탐정처럼 이틀에 걸쳐 샅샅이 살펴본 엘피의 특이함을 요약해 본다. 엘피는 코코아 창고를 재활용한 산업유산이다. 원래 한 몸이던 크레인 3대와 창고의 단순미와 벽돌 재료의 섬세함까지도 다시 살렸다. 정확히 얘기하면 원래의 창고 전체는 주차장이 되었고 그 위에 공연장을 새로이 건립한 것이다. 납작한 창고 위에 놀라운 상상력의 최첨단 건축물이 올라앉았다. 거대하면서도 날렵한 돛대 같기도 하고 뭉글뭉글 구름 같기도 하다. 하지만 뭐라 해도 엘피의 하이라이트는 핵심 콘텐츠로 선택한 음악! ‘NDR Elbphilharmonie Orchestra’가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함부르크가 브람스의 고향이란 점이 새삼 떠올랐다.
엘피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뛰어난 접근성이었다. 전철(U3)에서 걸어서 단 5분이면 닿았고, 엘피 바로 앞 선창에서는 쉴 사이 없이 크루즈선(수상버스)이 오갔다. 음악을 들으려 그들은 배를 타고 오고 있었다. 이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햇살에 따라 또 시선 방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엘피를 만날 수 있었다. ‘엘피 풍경’을 다루는 뭔지 모를 그들만의 섬세한 접근이 강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이것은 결국 엘피를 중심으로 재래항구와 하펜시티, 그리고 도심을 연결하는 치밀한 네트워킹 전략이 있음을 의미한다. 엘피는 단순한 공공시설이 아니었다. 함부르크 전체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진정한 랜드마크이자 바다전망대였다.

엘피는 단지 1개소의 건축물일 뿐인데, 왜 이리 힘이 있어 보일까. 왜 강력한 함부르크다움이 느껴질까. 또 왜 이렇게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일까. 호기심에 조금 더 깊게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우리가 흉내 낼 수 없는 몇 가지가 있었다. 하나만 예를 든다. 엘피에 투자된 돈이 자그마치 1조 원이다. 십여 년 동안 시민을 설득하며 서로의 신뢰 속에서 투자되고 모은 돈이었다. 놀람과 동시에 우리가 북항 오페라하우스를 위해 준비한 1000억 원을 떠올려 보았다. 답답해진다. 여러 이유로 인한 오랜 실랑이로 시간을 너무 허비해 버렸다. 돈뿐 아니라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미래 북항을 선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차라리 건설 개념과 방법을 180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급하게 밀려온다.

대한민국 제1의 해양도시이자 국제물류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진정한 원칙을 찾아야 한다. 단연 ‘부산항만의 것에 초집중’해야 한다. 적당한 여러 개가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 한 개라도 진정으로 또 제대로!’이다. 이를 위한 최우선의 조건은 철저하게 항구의 산업유산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년 넘은 항구로서의 위상이 강하게 묻어나야 한다. 박물관과 비석만으로 역사를 남기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또 하나의 원칙은 북항재개발 완료 시점의 ‘우리 국민 수준에 대한 고려’이다. 사회문화, 교육, 경제 전반을 말한다. 최소 평균 1인당 GDP 4만 달러 이상에 초점을 맞춘 북항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북항재개발은 성공할 수 있다. 하펜시티에서 분명하게 목격했다. 엘피를 재창조하고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역량을.

   
근본적으로 변하면 좋겠다. 적당히 나눠서 가짓수를 늘리고, 결과 중심의 성과에 집착하고, 또 그것이 좋은 평가를 받고, 지가만 상승하면 성공이라 치부되는 이 모든 걸 바꾸면 좋겠다. 사업과 완공 후에 남는 허접스러운 도시풍경, 혼잡함과 고단함은 이제 우리와 멀어지면 좋겠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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