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제69주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내놓은 개헌 로드맵과 개헌 3대 원칙은 입법부 수장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연말까지 개헌안 도출, 내년 3월 개헌안 발의, 5월 국회 의결,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라는 만만찮은 일정을 ‘국민에 의한 개헌, 미래를 위한 개헌, 열린 개헌’이란 원칙에 따라 이뤄내겠다는 다짐이다.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아 ‘국회 주도로 예측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던 정 의장이 본격적인 국회발 개헌 논의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국회는 조만간 전국 순회 토론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개헌을 선도하고, 분권이 시대정신의 핵심이며, 개헌과 관련된 모든 일정을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원칙이 관철되기를 기대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극복과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실현이 이번 개헌의 관건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는 헌법 정신을 무시한 대통령을 탄핵하고 이뤄진 조기 대선에서 확인된 국민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의 편중과 오·남용에 따른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3권분립의 헌법 정신과 지방자치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 전방위적 분권을 이뤄내야 한다’는 정 의장의 발언에 주목한다. 국회 개헌 논의가 권력 분점보다는 지방분권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회가 진행한 ‘개헌 국민의식 조사’ 결과 지방분권 개헌 찬성률이 80%에 이른다는 점이 그 예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이원집정부제는 여야 합의가 불발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기본권 강화,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 실현, 4년 중임 대통령제 실현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약속한 마당이다. 19일 문 대통령이 정상외교 성과를 설명하고자 마련한 여야 대표 초청 청와대 오찬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촉박한 일정 속에 지방분권 강화는 물론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개편 등을 다뤄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 시작됐다. 그 성과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는 개헌안이다. 여야의 당리당략이 발붙일 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