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내에게 "잘 사시오"란 말을 남기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다. 오랜 감옥 생활이 간암이란 병마를 키웠으리라.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평화적인 투쟁을 해온 이 지성인은 미래 세대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란 애도 성명처럼 그는 '별'이 되어 중국인의 가슴에 묻혔다.

지난 13일 별세한 류샤오보는 '중국의 양심'이라 불리던 인권운동가이다. 2010년 노벨위원회는 그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중국의 근본적 인권을 위한 그의 오랜 비폭력 투쟁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조국에 첫 노벨상의 영예를 안겼지만, 오히려 조국은 이를 철저히 뭉갰다. 중국 정부는 포털사이트에서 그와 관련한 기사를 차단했으며, 그를 비롯해 그의 가족까지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래서 그가 앉았어야 할 빈 의자에 메달과 증서를 올려놓은 퍼포먼스가 행해졌다.

"현재 중국 사회는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주입으로 역사가 단절됐고, 그 결과 인민들은 집단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듯 톈안먼 민주화운동을 잊어버렸다."('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

하지만 그는 1989년 6월 톈안먼사태 이후 가시밭길을 자청했다. 미국에서 방문 학자로 체류하다 급거 귀국해 민주화운동에 뛰어들면서 동료 3명과 함께 '톈안먼 4군자'로 불렸다. 그는 당국의 탄압을 피해 외국으로 빠져나간 많은 지식인과 달리 중국에 남아 투옥과 석방을 반복하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실이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 발표한 '08헌장'이다. 자유 인권 평등 공화 민주 입헌을 기본 이념으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헌법개정, 삼권분립, 언론·집회·결사·종교의 자유 보장, 정치범과 양심수 석방 등을 요구했다.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종식과 민주주의 요구가 핵심이다. 1977년 체코슬로바키아의 '77헌장'을 벤치마킹했다.

'08헌장'은 양날의 칼이었다. 중국 정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77헌장' 작성자이자 체코공화국 초대 대통령을 지낸 바츨라프 하벨이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대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정작 류샤오보 자신은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인권운동가를 장기간 수감한 데다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런데 '내정간섭'이라며 오히려 반박하고 있다. 이는 중국 인권의 현주소에 다름 아니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