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나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시작하자는 공식 통보를 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어제 내놓은 성명에서 미국 무역의 장벽을 제거하고 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고려하고자 한미 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여러 차례 노출했던 터라 어느정도 예상은 했던 일이나 생각보다 빨리 시기가 도래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어느 한쪽이 특별공동위를 열자고 요청하면 별도의 양측 합의가 없을 경우 상대방은 30일 이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은 특별공동위 개최를 시작으로 후속 협상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미 FTA를 손보려는 일련의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한국에 보낸 서한에서 '재협상'이라는 단어 대신 '수정'이나 '개정' 등의 용어를 사용했지만 특별공동위가 재협상 개시를 위한 사전절차가 될 것임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이다.

재협상이든 개정이든 한미 FTA에 대한 재논의가 불가피한 만큼 이제 남은 건 정부의 냉정한 대처다.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자국의 상품수지 적자가 1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늘어났다는 등 미국이 한·미 FTA 개정의 이유로 내세울 사안에 대해 명쾌한 반박 논리를 개발해 협상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이 제안했던 대로 공동 조사단을 구성, 과연 한미 FTA가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의 원인인지를 먼저 따져보자는 주장도 강하게 관철시켜야 한다.

또 한미 FTA의 개정 필요성이 시급한 쪽은 미국이기 때문에 우리가 서두를 이유도 없다. 잘못하다가는 미국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말고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어 미국의 진의를 충분히 검토한 뒤 당당히 임할 것을 주문했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도 국익을 챙길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조속히 찾아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