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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칼럼] 산사에서의 여름휴가

동해바다 배경 낙산사·미륵산 아래 용화사·다도해 신흥사

자연과 더불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템플스테이 어떨는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7-13 18:40:5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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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지나가고 있다. 억수 비가 잦다. 유배 생활을 했던 추사 김정희가 초의선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대지는 마를 사이가 없고 풍토병이 만연하니 청량한 바람이 불어서 날씨가 쾌청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라고 쓴 대목이 생각난다. 추사는 초의선사가 보내준 차로 마음의 적적함과 풍토병을 다스렸다고 한다. "물을 평(評)하여 차를 다리던 때를 회상하니 눈앞의 속진이 사라진 듯합니다"라고도 썼으니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소용돌이치는 이즈음엔 번다한 바깥을 끊고 담담한 내심을 얻고자 한 잔의 차를 가까이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름의 한복판으로 향해가고 있어서 그런지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사람들과 주고받게 된다. 녹음이 짙은 산과 차가운 폭포수가 쏟아져 내려 오는 계곡을 찾아가겠다는 이도 있고, 긴 수평선과 모래사장이 있는 바닷가를 찾아가겠다는 이도 있다. 여름휴가로 찾아갈 만한 절을 내게 소개해달라는 이도 있다. 참선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거나 몇 달 지낼 수 있는 절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이도 있다. 외국에 있는 수행 센터에 여름휴가로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나는 시골집에 가서 이틀이나 사흘을 묵고, 또 이틀이나 사흘의 시간을 얻어 산사(山寺)에 다녀올 계획이라고 답했다. 나의 졸시 '귀휴(歸休)'에서 "돌아와 나흘을 매어놓고 살다/ 구불구불한 산길에게 자꾸 빠져들다/ 초승달과 새와 높게 어울리다/ 소와 하루 밤새 게으르게 눕다/ 닭들에게 마당을 꾸어 쓰다/ 해 질 무렵까지 말뚝에 묶어놓고 나를 풀밭을 염소에게 맡기다/ 울 아래 분꽃 곁에 벌을 데려오다/ 엉클어진 수풀에서 나온 뱀을 따르며 길게 슬퍼하다/ 조용한 때에 샘이 솟는 곳에 앉아 웃다/ 이들과 주민(住民)이 되어 살다"라고 썼듯이 말이다.

요즘에 나는 호흡을 헤아리는 수식관(數息觀) 수행을 틈이 날 때마다 하고 있다. 한 스님께서 말씀하신 '걱정이 없는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고, 매 순간을 깨어있고자 위함이지만 사심과 잡념이 골짜기의 비구름처럼 생겨나서 좀처럼 맑고 조용하고 편안한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진각 혜심 스님이 쓴 선시(禪詩)에 이런 시구가 있다. "못가에 홀로 앉아/ 물 밑의 그대를 우연히 만나/ 묵묵히 웃음으로 서로 바라볼 뿐/ 그대를 안다고 말하지 않네." 참으로 일품이다. 못가에 앉아 있던 스님은 우연하게도 수면에 비친 당신의 모습을 보았던 모양이다. 마치 거울을 보듯이 자신을 마주 보게 되었을 때 스님은 자신을 향해 말없이 잠잠하게 웃으며 화답한다. 자신에게 자상하고도 친절하게 미소를 보냈던 것이다. 이 장면을 머릿속에 짐작해보면 볼수록 이와 같은 마음의 상태야말로 잘 제어된, 평정된 마음의 상태가 아닐까 생각된다. 자신에 대한 수긍과 신뢰와 맡김 등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내면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티베트 수행자들은 행복해지는 수행법을 스승들로부터 배운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간단하다. 단순하게, 자연과 더불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해 보는 것이 다름 아닌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일은 산사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곧바로 용이하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 진행되고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는 여러 유형이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많다. 하루의 낮 동안 짧게 틈을 내서 참선을 체험하고 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수행을 하고 싶으면 발우공양과 같은 불교식 식사를 하면서 집중적으로 참선 수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이 지도하는 무문관 수행은 7박8일 동안 1.5평의 독방에서 나오지 않고 수행 정진하는 프로그램으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사찰에 머무는 동안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몸과 생각을 쉬게 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허 스님은 "일 없는 가운데 할 일이 있으니/ 문고리 걸고 낮잠을 자네/ 어린 새가 나 홀로인 줄 알고/ 그림자 그림자 지면서 창 앞을 지나가네."라고 썼다. 평소 우리의 일상이 번다하고 분별하는 생각이 많음을 지적한 것이니, '일 없음이 오히려 할 일(無事猶成事)'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복잡한 머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고리를 그만 끊을 것을 당부하신 것이다.

진각 혜심 스님이 선시를 통해 썼듯이 우리는 템플스테이 경험을 통해 자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본래면목이 청정하다는 것을 알게도 될 것이다. 육조 혜능 스님이 홍인 스님에게 인가를 받은 게송인 "보리(菩提)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 없네.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어느 곳에 티끌 먼지가 있으리오"라는 가르침을 문득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올해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사찰이 많다는 소식이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맞춤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마련한 사찰도 있다고 한다. 바다가 보이는 절에서 마음과 몸을 쉬는 휴식형 프로그램도 좋은 호응을 얻을 듯하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추천한 곳을 살펴보면 동해바다의 절경을 배경으로 한 절벽 위의 절인 양양 낙산사, 올레길과 옥빛 바다가 가까운 제주 약천사, 미륵산 아래 코발트블루 빛깔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통영 용화사,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완도 신흥사 등이 있다.
   
이러한 사찰에서 풍경 소리를 듣게 되면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라고 쓴, 정호승 시인의 시 '풍경 달다'를 가만히 읊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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