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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인기를 누리는 시크릿, 칭찬 /주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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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7-11 19:21:3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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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행에서 일행 중 단짝이 되었던 70대 부인이 있다. 부인은 자신과 마음이 맞는 거 같다며 유독 나에게 호감을 보였다. 얘기를 나눠보니 그녀는 모 재벌가의 며느리였다. 자녀들도 다들 자리를 잘 잡고 있었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워 보이는 그녀는 자신의 마음마저 적극적으로 표현할 정도여서 정신적으로도 건강해 보였다.

어느 날 한 매체에서 모 재벌가 총수의 얼굴을 읽어달라는 원고 청탁이 왔다. 그녀의 남편이 그 총수와 친척이라 했던 것이 떠올라 전화를 걸었다. 그 총수에 관해 얘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총수 얘기는 뒷전이고, 자신의 얘기를 꺼내 들었다. 지난 여행 무렵 사실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사위의 적극적인 권유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아 보이는 그녀의 우울증은 많이 참고 억눌러야 했던 결혼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비슷한 집안끼리 결혼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재벌 집안의 엄격한 시집살이와 세간의 눈을 의식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여행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감정표현이 풍부한 사람인데 꾹 눌러 참았으니 오죽 힘들었겠는가. 더구나 남편 몸이 불편해져 걱정과 불안으로 우울증이 깊어지게 되었다.

그녀에게 우울증이 호전된 계기가 있었으니 그건 딸과의 여행에서였다고 한다. 딸과 함께 묵은 호텔 방이 우연히도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 들었던 방이었다. 거기서 부인은 남편과 좋았던 추억을 떠올렸다. 혹여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이 행복했던 추억들을 기억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우울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남편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좋았던 추억들을 떠올려보려 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자신과 마음을 터놓고 잘 지낸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사는 사람 특유의 '잘난 맛' 때문이었는지 주변 사람을 칭찬하기보다는 무시하고 꼬투리 잡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았다. 부인은 까칠했던 지난 삶을 이제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인생 100세 시대'인데 지금부터라도 칭찬을 많이 하고 살라고 했다. 그녀는 그러잖아도 칭찬을 많이 하려 노력하다 보니 상대도 좋아하고, 더불어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잠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칭찬은 많이 하는 편이지만 거슬리는 것은 못 참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습성이 탈이다. 굳이 집어낼 것 없이 넘어가 주는 아량을 보여주지 못한 게 후회가 됐다. 묶어두는 것 없이 술술 풀어나가면 관계도 따라서 풀리게 되고, 인생도 순탄하게 술술 풀리게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으로 실천하지 못했다.

얼굴경영학 시간, 늘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인생을 쉽게 사는 방법은 눈 코 입이 잘생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말씨, 좋은 생각, 편안한 발걸음에 있다. 어디서나 편안하고 한 번 만나면 또 보고 싶어지는 환영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을 따스하게 사는 방법이라는 것을.

문화센터에서 강의할 때 필자 학생 중에 80대 부인이 있었다. 혼자 사는 그녀는 온종일을 문화센터에서 보낸다고 했다. 개강이나 종강 시간엔 반 친구들에게 커피와 과자를 쏘는 그녀는 언제나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80대로 보이지 않는 생기가 돌고 피부도 우윳빛이었다. 물론 문화센터에 오려면 수강료도 내야 하고 주머니도 열어야 하니 그건 부자 할머니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은 동네 주민센터나 구립 문화센터, 교회나 성당의 노인대학, 노인정 등 적은 비용으로 재밋거리나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를 찾아낼 곳이 얼마든지 있다.

고독하고 외로울 때 우울증도 치매도 빨리 찾아온다. 흔히 나이가 들면 집에서는 투명인간이 된다고 한다. 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으면 아들 며느리도 손주도 본체만체하고 말도 걸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월이 그렇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 탈출 방법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사람들과 좋은 기운을 나누다 보면 정신도 육체도 더욱 건강해지고 젊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이 바로 '인기(人氣)'다. 인기는 연예인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칭찬과 웃음, 배려와 친절로 무장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다. 여유가 있으면 주머니도 좀 열어두는 게 좋다. 단 너무 말이 많으면 기피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인상학에서 노후를 보는 자리를 콕 집으라면 바로 얼굴하관이다. 많이 웃어야 입꼬리가 올라가고 뺨에 탄력이 붙는다.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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