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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칼럼] 학교급식, '밥 먹는' 문제일 뿐일까

성장기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 일차적 목적

협동심·사교성 등 공동체 의식과 자질 함양도 중요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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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7-06 19:14:4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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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학교급식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한 지자체장이 "뭐 밥 먹는 일 갖고 그리 난리냐!"라고 했다고 한다. 이 말로 한편으론 밥 먹는 일을 폄하하고, 다른 한편으론 밥 먹는 문제는 교육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 같다. 언어에는 의식이 담겨 있다. 때론 몰지각함도 담겨 있다. 지식이 담겨 있는 만큼 무지함도 담겨 있다. 이런 '막말'은 교육에 대한 기본 인식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기본 인식이 결여되어 있을 때 나오기 십상이다.
   
무엇보다도 밥 먹는 일 갖고 난리 치지 말라는 '핀잔'에는 삶에 대한 기본 인식과 진지한 사고가 결여되어 있다. 밥을 먹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인간의 기본 삶을 위한 의·식·주가 거론될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학교급식은 바로 밥 먹는 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중요하며, 나아가 밥 먹는 일로 그치지 않는 교육적 의미 때문에 무척 중요한 것이다.

학교급식은 오래전부터 학생들의 인성교육 및 생활교육과 밀접하다. 나아가 시민교육과 뗄 수 없는 것이다. 즉 교육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다. 학교라는 학습 공동체에서 함께 식사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현대사회 이전부터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급식을 설명하는 자료들에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급식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성장기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여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있다.

이에 못지않게 협동심과 질서의식, 봉사정신, 사교성 등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의식과 자질을 함양하는 데 기여해서 건강한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목적 또한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학교급식법 제1조에도 "학생의 건전한 심신의 발달"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여기서 '심신'이란 말이 중요하다. 마음과 몸, 즉 밥 먹는 일은 몸을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마음을 키워간다는 뜻이다.

언급했듯이 교육과 음식 문화는 고대로부터 중요한 사회·문화적 과제였다. 특히 중세 때 현대 교육 제도의 기본 틀이 만들어졌던 서구에서는 이에 대한 풍부한 논의와 실천이 이어져 왔다. 음식과 식탁 문화는 젊은이들의 교육과 공동체 의식 형성의 밑바탕이 되어 왔다. 음식과 식탁 문화는 학생들이 자연스레 대화와 토론에 익숙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대화와 토론 문화는 당연히 공동체 생활에서 자기표현과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소통 능력을 키워주며 나아가 성인이 되면 공적 활동을 위한 자질이 되도록 한다.

이렇듯 학교급식 문화는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이 점에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오늘날 우리가 흥미롭게 귀담아들을 만한 말을 남겼다. 그는 인간학 저서에서 "인간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복된 삶"에 대해 논했는데, 그것은 거창한 이념도 형이상학적 원리도 아닌 일상적 삶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며 우리 삶에서 아주 본질적인 것이다. 그 삶이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식사"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좋다'라는 말은 편하게 해석해서, 사람들이라면 서로 소통하며 잘 어울릴 수 있는 대화 상대들이고 식사라면 먹기 좋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뜻한다.

이에 덧붙여 칸트는 함께 식사할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몇 명이면 좋을지 아주 실용적인 조언도 한다. 최소 인원은 '삼미신(Three Graces)의 숫자'는 되어야 하고, 최대 인원은 '뮤즈의 숫자'를 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모두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숫자이다. 우선 최소 인원이 세 명은 되어야 좋다. 셋 미만, 즉 둘이라면 식사 도중에 대화가 끊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뮤즈의 숫자, 즉 아홉 명을 넘을 경우는 대화 상대가 삼삼오오 작은 그룹으로 나뉠 가능성이 있어서 좋지 않다고 한다. 한 식탁에 모인 사람들이 공통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것이 조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서 대화가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밀한 데에까지 신경을 쓸 만큼 칸트는 음식과 식탁의 사회성과 문화성을 중요시한다. 이런 철학적 입장은 학교급식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 과정의 단계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급식 환경을 어떤 원칙에 따라 조성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식사 구성원과 식탁 환경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음식의 질이다. 오늘날 학교급식 운동의 최전선에 있는 앨리스 워터스(Alice Waters)의 말은 급식의 원칙과 음식의 질 그리고 교육 커리큘럼의 관계를 잘 요약하고 있다. "학교의 모든 아이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고, 지속가능하고 영양가 있으며 맛있는, 진짜 학교급식을 먹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육 교육이 커리큘럼의 일부가 되어 모든 아이가 참여하듯이, 같은 방식으로 학교급식은 커리큘럼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미국 대학에서 프랑스 문화를 전공한 워터스는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 요리를 배웠고 이탈리아의 교육학자 몬테소리의 교육 이론과 실천 방식을 섭렵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유기농과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유명 레스토랑의 경영에서 '식용 가능 학교 텃밭 운동(Edible Schoolyard Project)'을 거쳐 미국 전역의 공립학교 무상급식 운동을 하고 있다. 대통령들에게 백악관 텃밭 가꾸기도 제안한 바 있다. 학교급식의 실천과 연계된 학교 텃밭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스스로 키워 수확한 식재료로 만드는 음식에 관해 가르치고 있다. 텃밭에서 교실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내게 된다. 텃밭 수업은 과학 커리큘럼과 관련이 있으며, 요리 수업은 인문학 커리큘럼과 연관되어 있다. 그녀는 "우리 모두가 음식 문화를 바꿀 수 있다면 세상도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학교급식은 성장기에 있는 우리 아이들과 젊은이들의 '밥 먹는 일'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밥 먹는 일일 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밥'과 교육과 미래의 더 나은 삶에 연관된 것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학교급식 문제는 민주시민이라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며,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 진지하게 협의하고 창의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우리 삶의 근본적인 과제이다.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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