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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칼럼] 오, 적폐!

반칙의 적폐가 사라져야 미래 기약할 수 있어

공적 자리만큼은 불법 용납 않는 원칙 보여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6-29 19:12:3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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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積弊)'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 쌓여온 폐단'이다. 마침내 지난해 불붙어 기어이 탄핵과 정권교체까지 이어진 불씨와 화약도 적폐였다. 그 실체를 요약하면 '금수저' '흙수저'의 '수저론'과 '헬조선'이고, 더 압축하면 '반칙'이다.

첫 번째 반칙, 위장 전입. 그게 불법인 것은 규제하는 법이 있어서고, 법을 제정한 이유는 반칙 없는 세상을 위해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법을 지키고 위반하면 벌을 받는다. 대한민국에 주민등록법 위반 전과를 가진 이가 얼마나 될까? 아마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수이고 거의가 서민이다. 그런데 지키지 않고 처벌도 받지 않는 부류가 있다. 크게 두 부류다. 부동산투기와 자식을 특정 학교에 보내기 위한 목적의 위장 전입.

부동산투기는 남들보다 쉽게 떼돈을 버는 것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법을 지킨 다수에게는 손바닥만 한 땅뙈기마저 점점 그림의 떡이 되게 한다. 더 교활한 건 특정 학교 진학 목적이다. 단순히 좋은 중·고등학교를 거쳐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목적만? 아니다. 일찌감치 '우리끼리'의 패를 짓고, 거기에 끼어들기 위해서다. 당연히 좋은 교육환경도 뒷받침된다. 어떻게? 패를 지어 '우리끼리'를 상속하려는 자들이 가진 힘이 음으로 양으로 더해지기 때문이다. 우수한 자질의 선생과 학생이 나뉘면 그 파급은 하향평균이 아니라 평균적 상향으로 이어지겠지만 그들은 거부한다. 나누기는커녕 경쟁의 뿌리조차 자르고 싶은 것이 독식의 근성이기 때문이다. 적폐, 특히 '수저'에 분노한다면 겨눠야 할 방향은 이 근원적 반칙이다.

두 번째 반칙, 논문 표절.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글 도둑질이다. 궁금한 건 인사 청문에 오를 정도의 사람들이 왜 도둑질까지 했느냐다. 도둑질은 아주 절박한 형편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정이다.

그렇다면 유전에 따른 생래적 도벽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생각해보라. 틀림없이 엄청 바빴을 인생 여정에서도 학문에의 열정을 놓지 못해 그 어려운 석·박사에 도전한 고매한 인격에 도벽이 아니라면 어찌 그런 몰염치한 짓을 했겠는가.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더군다나 말할 것도 없는 노릇이고.

또 다른 까닭으로, 혹시 그저 잘난 척 뻐기고 싶어서? 에이, 설마. 아, 어쩌면 퇴직 후 그간의 경력과 인맥으로 대학의 초빙교수나 객원교수, 혹은 연구소쯤에 자리를 얻기 위한 스팩 쌓기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공직 출마에서 유권자의 눈을 홀리기 위한 화려한 포장이거나.

어쨌건 그것도 능력이니 근원적으로 탓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처럼 도둑질 반칙으로 받은 학위가 우후죽순이어서 정말 죽도록 공부해 받은 학위까지 '개나 소나' 범주가 되어버리고, 학문적 경쟁력이 아니라 연줄이 더 질겨지는 꼬락서니는 나라의 미래를 좀 먹는 적폐이다. 이런 도둑님들!

세 번째 반칙. 아니다, 앞의 것들은 어찌 된 노릇인지 통상 범죄로 여기지 않는 풍조이기에 비아냥을 더해 봤고, 꼼수에 의한 병역면탈 탈세 음주운전 등은 명백히 범죄로 인식되는 반칙이니 지면을 아껴야겠다.

'적폐청산'을 앞세웠던 새 정부이니 조각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은 드물었다. 조직적인 의심이 드는 위장 전입이 있는가 하면 명백한 범죄 전력에, 시정잡배의 술자리에서도 조심할 여성관을 당당히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그럼에도 '도덕적 논란은 되겠지만…' 운운으로 감싸기까지 하니 실망을 넘어 절망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권력에 취한 자들에게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된 법도 애초 도덕을 강제하기 위해 만들게 된 것이다. 적폐는 몰염치와 뻔뻔함의 법 경시에서 비롯된 것이고. 지난 정권의 국정 농단만이 아니라 현재의 모든 적폐가 그러했다. 더군다나 적폐에 분노한 국민에게 그 청산을 약속하여 얻어낸 정권이 아닌가. 그럼에도 너무도 선명한 위법과 몰염치의 적폐를 '도덕적 논란은 되겠지만…'의 뻔뻔함으로 눙치는 것은 독선의 징조다.

혹여 '그만한 사람이 없어서'라면 정말 무능이거나 거짓이다. 주변 사람만 믿느라 도덕과 염치에는 눈먼 무능으로 벌어진 국정 농단이 바로 앞에 있지 않았는가. 그래서 지도자의 무능은 가장 무서운 적폐이기도 하다. 이 나라에 사람이 그리도 없을까. 먼저 찾아가 머리 숙이는 비굴함만 갖추지 않았을 뿐 묵묵히 제 길을 걸어 깊은 내공을 쌓아온 이는 곳곳에 있다. 측근의 흠이 자꾸 드러나는 것은 그런 인재를 발굴하라는 기회이니 눈을 밝게 하고 사사로운 정은 끊어야 할 일이다.

이미 목도한 바이지만 대개 무능한 지도자는 오직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줄 안다. 착각이다. 아니, 한쪽 말에만 귀 기울이고 마음이 팔려 다른 생각이나 의견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니 어리석음이다. 또한 그 어리석음을 등에 업은 이들의 호가호위(狐假虎威)는 기고만장이 되어 나라까지 그르치기에 십상이니, 지난 정권의 생생한 교훈을 눈앞에 두고서도 깨우치지 못하는 청맹과니라니.

분노가 쌓이면 이성을 잃게 한다. 미움에 눈먼 증오는 눈 멀고 귀 먹게 한다. 더구나 일부 언론까지 인터넷 조회 몇 시간이면 딱 걸릴 지난날 자신들의 논조를 뒤엎고, '발목잡기' '사소한 실수'를 들먹이며 편들기에 나서 깨어나려는 이성을 더욱 잠재운다. 원한 때문이라면 공기(公器)로서의 자격이 없고 한편이라서 뻔뻔해지는 것이라면 그건 정말 '양아치'다.

미워서 하는 비판이 아니다. 반칙의 적폐가 사라져야 오늘을 헤쳐 나가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어서다. 지난 일을 묻어서라도 곁에 두고 싶은 인재라면 자문역으로 쓰면 될 일이다. 최소한 공적 자리만큼은 도덕성, 아니 불법의 전력으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보여야 싹부터 조심하고, 누구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날만 바뀌면 새로 드러나는 적폐의 연속에도 여전히 버티는 저 너절한 근성으로 무슨 청산을 할까. 버티는 이도, 모르쇠 외면하는 이도, 어지간히 서글프게 한다. 자신과 미래를 위해 부릅뜨는 눈 없는 '그저 열광'은 두렵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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