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첫 정상외교 무대인 데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빠른 취임 51일 만의 방미여서 의미가 각별하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잇따라 가진 뒤 공동으로 언론 발표를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전직 주미대사들과의 간담회에서 "구체적 사안에 대한 성과 도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양국 간 현안이 적지 않은 만큼 회담 결과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의 당면한 현안인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모두 양국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논쟁적 사안이다. 북핵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핵동결→비핵화 수순의 2단계 접근법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로 하고 있다. 사드 배치 또한 우리는 반입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와 환경영향평가가 먼저라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조속한 배치 및 실전 운용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등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강조해 온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논의될 수도 있다. 하나같이 민감한 사안을 두고 돌출 발언이 잦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 밖의 공세적 입장을 취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회담이 되겠지만 어떻게든 양국 간 현안에 대한 공통 분모를 찾고 이견을 최대한 줄이는 게 관건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수세적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향후 4~5년간 한미관계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가늠자다. 양국 정상이 돈독한 유대관계를 형성, 신뢰를 구축하는 게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양국 정부 모두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은 탓에 청와대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데 주안점을 둔 현실적 목표를 설정한 것은 적절하다. 민감한 현안을 두고 이견이 있더라도 신뢰관계가 전제된다면 해법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양국 첫 정상회담이 그 해법을 찾아나가는 디딤돌이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