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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회전교차로 단상 /황영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6-20 19:12:0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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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운전을 하다 보면 회전교차로가 부쩍 눈에 띈다. 회전교차로는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고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도입된 새 교통시설물이다. 차량 숫자가 많거나, 차선이 복잡한 교차로를 제외하고는 점차 회전교차로 시설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란다. 실제로 직접 운전을 하다 보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속도를 줄이면서 각 방면에서 진입하는 차량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종전 교차로에서 회전교차로로 변경한 후 교통사고가 절반이나 줄었다는 통계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회전교차로라는 제도의 도입은 사고 발생률을 줄이고,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니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따져 볼 것도 있다. 사고가 대폭 줄었다고 회전교차로 운용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다고만은 할 수 없다.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 회전교차로 항목을 보면 운행 원칙은 회전차량이 우선이며, 서행 진입해야 한다고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한 줄 정도의 도로교통공단의 운행원칙이 운전면허시험에서는 얼마나 자세히 다루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추측건대 진입차량원칙 정도만 강조하고 있지는 않을까? 회전교차로라는 제도와 시설을 새롭게 도입하고서는 그것의 적절한 운용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서, 제도와 시설 도입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즉, 회전교차로의 운행 원칙은 단순히 회전 차량이 우선이며, 서행 진입해야 한다는 수칙의 범위를 넘어서는 복잡하고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회전교차로에서 서행 진입해야 한다는 것은 우선 절반은 맞고 절반은 잘못된 사실이다. 오히려 서행 원칙은 운전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 라운드어바웃(roundabout)으로 표현되는 회전교차로의 원조로, 1960년대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에서는 회전교차로 진입 전에는 일단 멈춤을 강조한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회전교차로 진입 전에 일단 멈춤을 한 후에 운전자의 왼편 회전교차로에 차량 유무를 확인하게끔 한다. 영국의 운전면허시험은 이점을 최대한 감안한다. 무턱대고 서행 진입해야 한다는 것은 회전교차로 특성을 제대로 감안한 운전 수칙으로 보기에 힘들다. 이는 오히려 상대방 운전자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방향지시등 사용과 관련된 지침이 별로 세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회전교차로의 차량 흐름과 사고율 감소를 위해서는 차량 방향지시등 사용이 관건이 된다.

직진을 원하는 차량은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는 반면에, 진입단계에서 우측 출구로 나갈 차량은 우측 방향지시등을, 좌측 출구로 나갈 차량은 좌측 지시등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각 출구를 나가기 전에도 우측 방향지시등을 반드시 사용하여 자신의 차량이 회전교차로를 빠져나갈 것임을 알려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뒤 차량이 앞 차량의 진행 방향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전교차로 근처 건널목도 적절한 거리를 두고 배치되어야만 한다. 차량의 흐름에 신경을 기울이다 보면, 자칫 보행자의 동선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전교차로가 차량의 흐름을 높이고, 사고율을 줄인다는 효과가 있다면 그 도입에 따른 운전수칙과 시설 설치도 함께 꼼꼼하게 헤아려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릇, 특정 사회의 제도와 시설은 해당 사회의 특성과 효능을 감안한 역사적 산물이다. 회전교차로 또한 영국 교통제도의 산물이다. 좋은 형식과 제도, 시설을 도입했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성공할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아마도 이러한 강박은 유길준이 고민했던 '서유견문'류(類)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부족한 것이 많으니 다른 나라와 사회의 좋은 것을 가져와서 하루빨리 개화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시 엘리트들의 강박관념은 지금도 우리의 여러 분야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내년에 있을 헌법 개정과정에서도 이런 담론이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진국의 훌륭한 민주주의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그 제도를 그대로 가져오기만 하면 될까? 누군가가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다. 이미 도입된 회전교차로를 예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억지가 아니다. 이왕에 현재의 회전교차로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보다 디테일에 주목하여 지금 갖는 효과를 배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에서도 그랬으면 좋겠다.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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