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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치매 국가책임제'가 성공하려면

조기 발견·치료 체계 갖추고 장기요양시설 공공성 강화

적정 임금 보장되는 일자리 창출로 서비스 수준도 향상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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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6-15 19:58:2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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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있는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 환자 가족과 간호 종사자들을 만났다. 자신의 대선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민생 현장을 찾아 정책 공약을 챙기는 행사로는 이번 치매 간담회가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대책을 발표한 것과 초등학교를 찾아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것에 이어 세 번째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치매 국가책임제' 공약의 실행을 다시 강조했다.
   
치매는 인지 기능의 지속적이고 전반적인 저하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인지 기능의 장애란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등 다양한 지적 능력의 장애를 가리킨다. 또 치매는 많은 경우 정신행동 증상을 수반한다. 성격 변화, 우울, 불안, 망상, 환각, 배회, 공격성, 이상 행동, 수면 장애 등 성격·정서 또는 행동의 문제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치매 환자는 개인이나 가족이 돌보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요즘 '99 88 2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나흘 만에 죽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이런 식의 건강하고 행복한 장수가 '축복'이라면 큰 고통과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치매 같은 질병을 동반한 장수는 '재앙'에 해당한다. 치매는 장수 시대의 재앙인데, 실제로 전체 치매 환자의 절반 정도는 85세 이상의 노인이다. 그런데 치매는 근원적 치료법이 없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법은 조기 약물치료를 통해 질병의 진행을 지연시킬 따름이다. 그래서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건망증이 찾아오는 연령이 되면 누구라도 치매만은 걸리지 않길 바란다.

우리나라의 치매 관리비용은 2015년 기준으로 연간 13조2000억 원이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2033만 원에 해당한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같은 사회보험 제도는 전체 비용의 70% 정도만을 보장한다. 나머지는 가족들의 부담이다. 그래서 간병 범죄가 자주 일어난다. 지난달 29일에도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모친을 살해했다. 현재 치매 유병률은 10.2%이고, 치매 환자는 약 72만5000명이다. 2024년이면 100만 명이 되고 2041년엔 200만 명을 넘어선다.

누구라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 게다가 치매는 인지 장애 같은 질병의 특성과 큰 경제적 부담 때문에 개인이나 가족 단위에선 대응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의 치매 국가책임제는 베스트 공약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는 치매 관리의 필요성 때문만이 아니다. 치매와 같은 사회서비스 영역의 국가책임제는 복지와 경제가 일자리를 통해 만나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상징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치매 국가책임제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치매 예방과 조기 발견·치료 등의 적정 관리 체계를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치매는 조기 약물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고 질병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현재 47개인 치매지원센터를 205개 더 늘려 기초 지자체에 하나씩 두고, 치매안심병원 설립과 함께 전국적으로 치매책임병원을 지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꼭 실천해야 한다. 또 치매 치료의 국민건강보험 본인 부담률도 공약대로 10% 이내로 낮춰야 한다. 이렇게 되면 치매 조기 진단·치료 분야의 사회적 대응 체계는 어느 정도 마련되는 셈이다.
둘째, 중증 치매 환자를 돌보는 장기요양시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방문했던 서울요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공공시설로 정원이 150명인데 대기자는 900명이다. 한 달에 두세 명이 퇴원하므로 900번째 대기자는 30년을 기다려야 입원 순서가 돌아온다. 공공시설인 구립 요양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병상이 부족한 건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 1000명당 약 50병상으로 OECD 평균 수준이다. 문제는 질 낮은 민간시설이 요양병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장기요양보험의 본인부담 상한제를 도입해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셋째, 경제와 복지가 통합된 사회서비스 영역인 치매 분야의 일자리를 위한 공적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치매 국가책임제가 재정 부담만 초래하는 복지비용이라는 낡은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 기초 지자체마다 들어설 치매지원센터는 보건·의료·사회복지·행정·홍보 등 다양한 직종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치매안심병원과 치매책임병원도 치매의 연구와 치료에 걸쳐 여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재가 및 입원 서비스를 포함한 장기요양 분야는 갈수록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문제는 장기요양 분야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비정규직의 질 낮은 일자리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치매 국가책임제는 적정 임금이 보장되는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 치매의 예방·검진·치료 분야뿐만 아니라 장기요양 분야도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제도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 치매 국가책임제 성공의 관건이다. 치매 돌봄과 장기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공공성 강화 조치는 저임금과 비정규직을 줄이고 일차 분배를 개선해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룸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는 '일자리 대통령'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장차 4차 산업혁명으로 첨단 부문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겠지만 중간 기능의 상당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반면에 사람을 돌보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수요는 크게 늘어난다. 그래서 치매 국가책임제는 확실한 일자리 대책이다. 좋은 일자리에서 양질의 사회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므로 국민의 만족도와 비용 지불 의사도 높아질 것이다. 이제 복지와 경제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역동적 복지국가의 새 시대를 열어갈 담대한 비전을 가질 때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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