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역사를 바꾸기도 하지만 음식도 만들었다. 만두가 그 예다. '일곱 번 놓아 주고, 일곱 번 사로잡는다'는 고사성어 '칠종칠금(七縱七擒)'이 만들어질 무렵이다. 촉나라 제갈공명이 맹획을 놓았다 잡았다 하며 제압하고 개선할 때다. 원난성의 여수(濾水)에 이르렀는데 풍파가 심했다.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 머리 모양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고 무사히 이 강을 건널 수 있었다. '본래 만인(蠻人)의 머리를 본떠 만두(蠻頭)라 하였으나 후에 만(蠻)과 만(饅)의 음이 같아서 만두(饅頭)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13세기 몽골군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호령할 때 사용했던 전투식량은 오늘의 햄버거와 분유, 순대로 발전했다. 말 위에서 먹고 잔다는 몽골군이었으니 육포와 가죽 부대에 넣은 우유, 채소와 다진고기를 동물 창자에 넣은 간편식은 기동력을 높이는 원동력이었을 터. 영국군이 개발한 캔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는 앙숙 관계인 나폴레옹이 거액의 상금을 내걸고 공모한 것이라니 이 또한 전쟁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 과정엔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유리병을 깡통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 군대 식단도 '짬밥'에서 웰빙 식단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식4찬'은 기본이고 냉면 스파게티 만두 햄버거는 물론 쌀국수 비빔면까지 등장했다. 올해 병사 1인당 하루 기본급식비는 7481원으로 지난해보다 147원 늘었다. 장병 110명당 1명인 급식 담당 민간 조리원이 100명당 1명인 세상이다.
사정이 이러니 '소가 지나간 국'이라는 '한우도강탕'은 정말 희미한 옛 추억이 됐다. '황소가 지나간 강물을 떠다 국을 끓였다'거나 '소가 장화 신고 건너간 국'이라는 말에 요즘 현역들은 '무슨 당나라 군대 이야기'냐며 핀잔을 줄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한우도강탕'이 다른 곳도 아니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앞에 두고 나왔다. 지난 14일 최문순 강원지사가 문 대통령과의 17개 시·도 시장·도지사 간담회에서 끄집어낸 것이다. 최 지사는 정부에서 푸는 돈이 곧바로 중앙으로 빨려들어가는 구조를 한우도강탕에 빗대 '소가 지나간 국처럼 돈이 지나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경직된 중앙-지방 수직 구조의 문제점을 이렇게 꼬집었으니 틀린 말이 아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연방제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용이나 호랑이를 그리다 개를 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