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아시아안보대화, 통칭 샹그릴라 대화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샹그릴라 대화는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주관하에 2002년부터 싱가포르에서 매년 개최되는 아태지역 주요 안보문제 토론의 장으로써, 미국 일본 등 주요국 국방장관은 물론 다수의 민간 안보 전문가가 참석해 왔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이 최초로 참석하여 미국 신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으며, 그의 언급 내용은 작년 카터 전 국방장관의 참석 시와 비교해 볼 때 우리로서는 다음 네 가지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
첫째는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새로 등장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에 대해 명백하고 실존하는 안보위협이라는 인식하에서 이에 대한 대응을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다만 매티스 장관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정권붕괴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며, 외교 경제적 압력을 증대시켜 북한이 최종적이고 항구적으로 핵과 미사일 계획을 포기토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관계에 대한 양자적 접근 선호 정책이 이번 대화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샹그릴라 대화의 기조연설에서 카터 전 미국방장관은 양자 간, 3자 간 안보협력을 언급하면서도 국제규범의 준수라는 원칙 위에 지역 내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안보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했다. 이는 시진핑의 아시아인에 의한 아시아 안보구상에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의 매티스 장관은 아태지역에서 동맹국과 미국의 양자적 군사협력 강화와 지역 내 국가들의 자체 방위능력 증대, 그리고 이 지역 미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미국이 안보문제에 있어 양자적 협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셋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미국의 대중정책 방향에 대해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 정상은 지난 4월 플로리다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기본적으로 협력의 방향으로 발전시키며, 이견은 상호존중의 기초 위에 관리해 나간다고 했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이런 기조는 계속되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매티스 장관은 국제법에 따라 항해와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남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현상 변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미국의 입장을 견지했다. 구체적으로 인공섬 건설 등 중국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필리핀과의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매티스 장관은 미국이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함께 건설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미중 관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중 간 이견은 책임 있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분히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중국 측의 반응도 작년과는 달리 절제된 것이었다. 작년에는 중국군의 부총참모장인 순지엔궈가 참석하여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상세히 밝히면서 미국 등의 비판에 적극 대응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대표단의 격도 낮추고 매티스 장관의 언급에 대한 중국 측의 비판도 비교적 온건하였다.
마지막으로 매티스 장관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안보 면에서 미국에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신뢰가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의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대중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작년 샹그릴라 대화에서 카터 장관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미 국방부의 전략적 배치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미국이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안보제공자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등장 이후 미국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이나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 등으로 인해 과연 미국이 기존의 국제질서 유지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지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북한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우선순위가 되면서 남중국해 문제 등 동남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저하된 것으로 비치고 있다.
물론 미국은 북한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가 양자택일의 사안이 아니며, 북한 문제는 현실적인 중대한 위협이고 중국도 문제시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런 언급이 동남아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를 깊게 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동서대 석좌교수·중국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