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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칼럼] 시의 나라 이란

뉴스서 시 한 편 읽고 학교선 페르시아 명시 100편 암송

이란 국민들의 시에 대한 사랑 능히 짐작할 만하구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6-08 19:27:2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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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내게 생소했다. 루미라는 시인이 있었고, 그가 13세기 페르시아의 시인이었고, 그가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라는 시를 통해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꽃과 촛불과 술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신다면,/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한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라는 멋진 시구를 썼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후에 시인 사디와 시인 허페즈가 이란이 낳은 걸출한 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디와 허페즈는 시라즈 출신으로 각각 13세기와 14세기에 활동했던 시인이었다. 시라즈 시내에 있는 이들의 영묘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추모객들은 무덤에 기대어 이들의 시를 읽고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특히 허페즈의 시집을 펼쳐 운세를 점치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한다.

사디의 시 '아담의 후예'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사디는 시를 통해 "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사람도 아니지"라고 읊어 차별 없고 평등한 관계를 강조했다. 한편 허페즈는 괴테가 극찬한 시인이었다. 허페즈는 술과 연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시편을 여럿 남겼다. 그는 "장미는 내 가슴에, 술은 내 손에, 연인도 있으니/ 세상의 군주도 나에게 그런 날에는 노예일지니// 이 집회에 양초는 가져오지 마오/ 오늘 밤 우리 회중에 연인 얼굴의 달이 휘영청 밝았으니"라고 썼고, 가잘(ghazal)이라는 시 형식을 통해 운율의 대구(對句)를 능숙하게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 이란 시인들의 교류가 이어지면서 이란의 시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리고 그러한 성과는 이란의 현대 시문학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품들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하는 일로 이어졌다.

번역 시집 '백 년의 시간, 천 개의 꽃송이'가 바로 그 결실이었다. 이 시집에서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머니'에 관한 시편들이었다. 시인 샤흐리여르는 시 '어머니, 내 어머니'를 통해 "어머니는 고향의 허드레꾼 몸종 다 포기하고/ 하필 나와 내 운명을 찾아왔다/ 나 말고도 자식 네 명을 더 키워냈다/ 석유통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매일 밤 가난한 집 대문을 나와/ 다 죽어가는 사랑에 불을 밝혀 왔다"며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노래했는데 내겐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나는 이란 시인들의 또 다른 시편들을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시편들은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것들이었고, 무척 뛰어난 수준의 것들이었다. 곧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될 예정인데,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작품들의 지향과는 또 다른 특질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매우 위트가 넘치는 작품들이었다. 물론 사회적인 상상력에 기초한 작품도 많았다. '눈'이라는 제목의 시는 이러했다. "이번 눈으로 학교가 모두 휴교했다/ 이번 눈으로 도로가 모두 폐쇄됐다/ 이번 눈으로 만남이 모두 취소됐다/ 이번 눈으로 비행기가 모두 연착됐다/ 그런데 그렇게도 새하얀데/ 이번 눈으로/ 전쟁이 연기되는 일은 없었다." 전쟁에 골몰하고 파괴를 일삼는 폭력적인 인간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느껴졌다.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에 관한 시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시인은 '어머니'라는 제목의 아름다운 시에서 "어머니만 하실 수 있어요!/ 이 겨울에 뜨신/ 모자를 산에/ 장갑을 나뭇가지에/ 목도리를 강에 씌워 주시네요!"라고 써서 사랑의 근원으로서의 모성애를 찬탄했다.

페르시아 문화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란 국민의 시에 대한 사랑은 열렬하다고 한다. 이란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페르시아의 명시 100여 편을 암송하고, 이란 국민은 문맹이더라도 한 편의 시를 외울 줄 안다고 한다.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시를 한 편 읽으며 방송을 시작할 정도라니 이란 국민들의 시에 대한 사랑을 능히 짐작할 만하다.

이란의 한국대사관에서 문화홍보관으로 일했던 김중식 시인은 본인의 책 '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이란은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사막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하나의 대륙이다. 만년 설산과 바다 같은 호수와 온 국민을 너끈히 먹여 살리는 곡창 지대가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19곳으로 중동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 이란은 누구와도 다르기를 원하고, 누구와도 비교되는 것을 사양하는 자존심 덩어리다."

이란은 우리나라로부터 지리적으로 아주 먼 나라이지만 이란의 문화가 국내에 점점 빈번하게 유입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며칠 전에는 이란의 영화 '세일즈맨'이 국내에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다. 정교한 연출력의 대가로 알려진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작품이었다.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제89회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하면서 아카데미 시상식 불참을 선언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시상식 참석은 보이콧했지만 대리 수상을 통해 "내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다른 5개 국가의 국민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았다. 전 세계를 아군과 적으로 나누는 행동은 공포와 전쟁을 유발할 뿐이고 침략과 전쟁을 정당화하는 기만이다. 우리나라 국민도 그동안 인권 탄압의 희생양이 되어 왔기에 의견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어느 때보다 공감을 형성해야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의 나라, 시인의 나라인 이란의 시 작품들이 곧 국내에 번역 소개되어 시단과 독자들에게 또 한 차례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를 아끼는 이란 국민의 극진한 마음도 함께 알려졌으면 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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