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된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해수부는 물론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전국 138만 수산인을 대표하는 한국수산업총연합은 일제히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상황이 아니라는 현실을 내정자께서는 잘 아시리라 봅니다.
해수부는 지난 정부에서 세월호 사태와 한진해운 파산 등 잇단 대형 악재 때 존재감 부재로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내몰렸습니다. 특히 한진해운 몰락 땐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의 붕괴를 막지 못했다는 대역죄로 전 국민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지요.
해체론이 제기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다행히 해양수산 강화를 약속했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는 동생이 컨테이너선 선장인 데다 해기사협회 고문변호사를 역임해 이 분야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당선 이틀 만에 단행된 청와대 비서실 조직 개편안에서 청와대와 해수부의 소통 통로인 해양수산비서관 직제가 사라졌습니다. 해양수산계는 반발했지만, 기자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준비된 대통령이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가 출범한 지 꽤 됐는데도 대안은 감감무소식입니다. 청와대는 산업정책비서관과 농어업비서관이 그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해수부의 생각은 좀 다른 듯합니다. 이를테면 해양 환경·생태·영토 등의 업무는 두 비서관의 업무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한 고위간부는 "20년 이상 근무하고 있지만 잘 모르는 보고가 올라올 때 윗선에 보고하기가 꺼려진다"고 합니다. 아무리 소통을 강조하는 새 정부라 해도 직제가 빠지면 공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참여정부 때 해양수산비서관이 없었어도 대통령은 해수부 장관 시절 함께했던 3명을 청와대에 포진시켰습니다. 그들은 업무는 달라도 친정과의 연이 이어져 수시로 현안을 대통령께 직접 보고했습니다. 직제만 없었을 뿐 역할은 있었다는 겁니다.
이 대목을 내정자께서 주목하셔야 할 듯싶습니다. 적어도 내년 개헌 즈음 정부를 새로 리모델링할 때까지 청와대와 해수부의 연결고리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바다의 날' 기념식 때 문 대통령은 "해양수산 하면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고 강조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해수부를 위한 립서비스가 아닌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부산항의 위상을 제대로 알려야 하는 것도 내정자의 몫입니다. 부산항은 이제 내부경쟁보다는 국익을 위해 선진 해양도시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지난 3월 내정자께서 발의해 통과시킨 해운거래소 설립을 골자로 한 해운법 개정안도 법적 근거만 마련됐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재정지원이 빠진 반쪽짜리였지 않습니까. 기재부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지요. 중국은 상하이항이 급성장하자 정부가 해운거래소를 설립했습니다. 부산이 세계적인 해운도시와 경쟁하기 위해선 해운거래소와 함께 해사 법원·보험·금융·중개 등 해운지식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수입니다. 부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산만이 세계와 싸울 수 있는 경쟁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이 대외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특화됐듯이 부산항도 이에 걸맞은 위상이 시급하다는 겁니다.
기재부의 단견은 13조 원을 들인 부산신항의 항만주권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부산항 관리 주체인 부산항만공사가 신항 5개 터미널에 지분 참여를 못 해 부두임대사업자로 전락한 지 오랩니다. 부두가 공공재가 아니라 민간 영역으로 판단해 구시대의 잣대를 들이대는 기재부의 방침은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기재부에 오래 근무하다 지역 기관장으로 부임한 한 인사는 부산항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는 과거 돕지 못한 사실이 후회된다고 고백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수산 분야는 또 어떤가요.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은 여전히 활개 치고 있고 한일어업협정은 여태 체결되지 못해 어업민들은 죽을 맛입니다.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 갈등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내정자께서 앞으로 몸으로 부딪쳐 싸우고 바꿔야 할 현안이 너무나 방대해 어쩌면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간 버텨온 삶의 여정이 올곧기에 굳세게 잘하시리라 믿습니다. 건투 바랍니다.
해양수산부장
)
